평일 고객이 더 많다…교외 아울렛 '코로나 특수'

코로나 오아시스 된 교외 아울렛

"부지 넓고 동선 덜 겹친다"
신세계 여주 주중에도 주차장 만차
현대스페이스원, 보름간 200만명
해외여행 못가자 명품족들 몰려
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몰려 있는 신세계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의 동편 중앙광장을 찾은 쇼핑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세계는 크리스마스 시즌 행사를 축소하는 대신 방역 활동을 한층 강화했다. 신세계사이먼 제공
교외형 아울렛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세계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은 11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도 7.2% 증가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다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역성장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교외에 있는 데다 부지가 넓어 쇼핑객 간에 동선이 비교적 덜 겹친다는 것이 장점이다. 교외 아울렛은 최근 ‘코로나 오아시스’로 불리고 있다.

‘압도적 1위’ 신세계 여주 아울렛

지난 4일 방문한 신세계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은 평일인데도 차량으로 가득했다. 두 개의 대형 주차장 중 한 곳(동시 주차대수 약 1000대)은 만차였다. ‘구찌’ ‘몽클레어’ 매장 앞엔 개장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방문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한 팔쯤 거리로 간격을 유지한 채 길게 줄을 섰다.신세계 관계자는 “방역 조치가 강해질수록 주중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2단계 조치가 적용(수도권 시행은 24일 0시)된 지난달 23~29일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의 주중, 주말 입차대수 비중은 53 대 47이었다. 이 같은 역전은 2007년 여주 프리미엄아울렛 개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신세계 여주점은 전체 면적 45만3100㎡ 중 매장 면적은 5만3400㎡에 불과하다. 넓은 면적에 점포가 골고루 분산돼 있어 쇼핑객 간 밀접 접촉 가능성이 낮다. 도현철 여주점장은 “코로나 방역 인증 업체의 방역팀이 상주하면서 매일 3회씩 전 시설을 방역한다”고 설명했다.

VIP 마케팅 첫 도입 효과

아울렛에 VIP 마케팅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여주 아울렛은 작년 7월 연 1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VIP로 분류했다. 이들을 위한 전용 주차공간과 라운지 등을 마련했는데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서울 강남의 명품 소비층이 대거 여주 아울렛으로 몰렸다. 도 점장은 “현재 5500명 정도인 VIP 고객이 연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다.2007년 첫선을 보인 여주 아울렛은 270여 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이 중 해외 럭셔리 브랜드는 구찌, 셀린느, 바버를 포함해 60여 개다. 올해 9월 아시아 최초로 탐포드 매장을 유치하는 등 단독 보유 브랜드도 20여 개다.

지난달 2일 다산신도시에 개점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파죽지세다. 개점 보름 만에 방문객 200만 명을 넘겼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1월 한 달간 교외형 아울렛 3개 점포의 매출이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며 “스페이스원까지 포함한 매출 증가율은 88.6%”라고 말했다.

올해는 여행 등 해외 소비가 불가능해진 첫해다. 카드 지급액 기준으로 약 20조원(해외 카드 소비액)에 달하는 돈이 국내 소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클릭 쇼핑’과 배달 증가 못지않게 치유, 재미, 경험을 선사하는 오프라인 공간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황지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마케팅 전공)는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가속화할수록 사람들은 원격 근무,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에 더 파묻힌 삶을 살아간다”며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치유)처럼 균형을 찾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