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비밀 정보기구의 정보 수집

이집트의 미사일 개발 獨 기술자
이스라엘, '채찍·당근전략' 포섭
결국,기술 부족으로 개발 실패

국정원 방첩 수사권 경찰에 이관
수사권 없이 정보수집 어려워
이스라엘 '채찍=정보' 경험 배워야

복거일 < 사회평론가·소설가 >
11월 27일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되면서 중동 정세가 긴박해졌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행위라고 발표했고 모두 그렇게 여긴다. 이번 암살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사업을 당장 늦추려는 의도와 함께 무기 개발에 참여하려는 외국인들에 대한 경고의 성격도 지녔다.

1962년 7월 21일 아침, 이스라엘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집트가 지대지 미사일 네 발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이집트 신문들이 일제히 보도한 것이었다. 이틀 뒤 카이로에서 미사일 20발을 행진시키면서, 자말 나세르 대통령은 이스라엘 전역이 미사일 공격권에 들었다고 선언했다. 몇 주 뒤엔 V-1 및 V-2 로켓의 개발에 참여했던 나치 독일 과학자들이 미사일 개발을 주도했다는 것이 알려졌다.이집트의 미사일에 대해 전혀 몰랐던 모사드는 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유럽 주재 요원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정보를 얻을 것’이라는 지령이 내려졌다. 그들은 곧바로 이집트 대사관과 영사관에 침투해 문서들을 촬영했다.

이집트항공 취리히 지사에서 몰래 촬영한 외교 행낭 문서들은 이집트가 900발의 미사일을 제작할 계획을 세웠고 탄두엔 화학 무기나 ‘더러운 핵폭탄’이 장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스라엘의 생존이 걸렸다고 판단한 다비드 벤-구리온 총리는 독일 과학자들의 제거를 허가했다.

모사드 요원들은 소재가 알려진 독일 과학자를 납치해 정보를 캐냈다. 정보를 다 얻자 그들은 그를 살해해 후환을 없앴다. 이어 그렇게 얻은 정보를 이용해 독일 과학자들의 암살을 시도했다. 새로 개발된 우편 폭탄을 썼는데, 엉뚱한 사람들만 피해를 입었고 위험을 느낀 표적들은 숨어버렸다. 성과가 미미하자 1963년 5월에 벤-구리온 총리가 물러났다.신임 총리 레비 에시콜은 메어 아미트에게 모사드를 맡겼다. 아미트는 독일 과학자들에게 채찍과 당근을 함께 쓴다는 전략을 세웠다. 모사드는 무장친위대 고급 장교였던 오토 스코르체니에게 접근했다. 1943년 9월 산악 호텔에 감금됐던 무솔리니를 독일군 글라이더 특공대가 구출했을 때, 그 작전을 지휘한 장교가 스코르체니였다. 모사드는 협력의 대가로 ‘두려움 없는 삶’을 제시했고, 이스라엘의 암살 위협을 맞은 그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스코르체니는 ‘제4제국’의 건설을 내걸고 나치였던 독일 과학자들을 포섭했다. 그리고 그들을 마드리드로 불러 모사드가 제공한 돈으로 파티를 열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얘기들을 도청해 모사드는 미사일 개발에 참여한 독일 과학자들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얻었다.

독일 과학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사드는 그들의 가족에 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음을 넌지시 알린 다음, ‘독일의 과거 죄과에 대해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지금의 일들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편으로는 독일 정부를 통해 그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줬다. 그렇게 해서 이집트의 미사일 계획은 막판의 기술 부족으로 실패했다.1982년 작성된 모사드의 내부 보고서는 국제법을 어기지 않고 금전적 보상만으로 나치 독일 과학자들을 회유할 수 있었을지 그 가능성을 다뤘다. 결론은 부정적이었다. 자신과 가족에 대한 폭력의 위협이 없었다면, 독일 과학자들은 결코 이집트의 미사일 계획에서 탈퇴하지 않았으리라는 얘기였다. 따라서 앞으로도 모사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제거하려 할 것이다.

모사드의 작전을 살필 때 새삼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정보 수집의 절대적 중요성이다. 모사드는 정보 수집에 모든 역량을 투입했고, 불법 행위들은 대부분 정보 수집 과정에서 나왔다. 비밀 정보 기구의 정보 수집은 자료 검색이 아니다.

우리 정보 기구가 모사드처럼 활동할 수는 없다. 지정학적 환경이 그런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정보 수집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국가정보원의 방첩 업무와 관련해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도록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가결됐다.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다. 수사권이 없다면 무슨 힘으로 정보를 수집하겠는가? 채찍이 없으면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모사드의 경험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