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플스 이어 다마고치도 완판…'선택적 日 불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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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품 불매운동 불구 일부 제품 '불티' [이슈+]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해 재차 '선택적 불매' 논란이 일고 있다. 상반기 닌텐도의 콘솔게임기(스위치)를 활용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 품귀 현상에 이어 하반기 '플레이스테이션5', '죠르디 다마고치' 완판 등 사례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 '죠르디 다마고치' 예약 판매 첫날 품절
▽ 유니클로 '+J' 출시 당시 매장 앞에 '긴 줄'
▽ 닌텐도 '동숲'·'PS5'도 인기 많아 '대란'
▽ 전문가 "대체재 없기에 나타난 현상"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제작하는 카카오프렌즈는 일본 기업 반다이와 협업해 '죠르디 다마고치'를 선보였다. 죠르디는 빙하에서 깨어난 공룡이라는 스토리를 가진 초록색 캐릭터다. 반다이몰에서 예약판매 된 해당 다마고치는 출시 당일 모두 품절됐다. 정식 발매날짜는 오는 18일이다.앞서 지난 9월 출시된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의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PS5) 역시 국내 예약 판매량이 순식간에 매진된 바 있다. 같은달 18일부터 홈플러스·SSG닷컴·하이마트 등 온라인 쇼핑몰 11곳에서 예약 판매가 실시됐던 PS5는 판매시작 몇분 만에 매진이 됐고, 사이트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는 상반기 '모동숲(모여봐요 동물의 숲) 품귀 현상'의 연장선이다. 올 4월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에는 평일 오전부터 닌텐도 '동물의 숲' 게임을 구매하려는 긴 행렬이 늘어선 바 있다. 당시 '동물의 숲' 구매권 응모 행사는 오전 10시 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오전 9시부터 사람들이 몰려 개점 직전에는 약 300명의 대기행렬이 이어졌다. 이 제품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정가보다 2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패션업계에서도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한정판 제품에는 고객이 몰렸다. 지난달 13일 유니클로가 질 샌더와 협업한 상품인 '+J' 컬렉션을 선보이자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컬렉션 출시 당일 서울 명동중앙점과 강남신사점, 잠실 롯데월드점 등 주요 유니클로 매장 앞에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니클로 질샌더 컬렉션에 140만원을 지출했다. 일단 다 샀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나도 80만원을 썼다" 등 제품 구입 인증 글부터 "점포 내 주요 상품과 사이즈는 이미 재고가 소진됐다" 등 매장 상황을 전하는 글도 잇따라 올라왔다.이 같은 소비행태를 두고 일부에서는 '선택적 불매'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누리꾼은 "일본 맥주나 문구류, 일반 유니클로 제품은 사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이나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한정판 상품은 구매하는 것은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유니클로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일부 소비자 사진을 올리며 "이런 개돼지들과 한동네에 살다니"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불매운동 속에서도 인기를 끄는 한정판 의류·게임기 등 일본 제품에 대해 전문가는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죠르디 캐릭터를 좋아하는 소비자는 (죠르디 다마고치가) 일본 기업과 손잡고 만든 제품이더라도 대체재가 없으니 결국 구매하게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니클로 질샌더 컬렉션도 한정판으로 대체재가 없지 않느냐"며 "해당 제품 대신 다른 것을 살 수 없기에 소비자들이 택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선택적 불매' 논란을 두고 소비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에 대해 "자유시장경제에서 소비자의 결정권은 각 소비자에게 있다"며 "이를 두고 불매운동에 참여하느니, 안 하느니하며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양국 간의 역사적·정치적 갈등에서 시작됐다"며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소비자들의 개별적인 소비행태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