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울산 주상복합 화재 원인 '불명'…수사 일단락
입력
수정
낙엽·담배꽁초로 인한 실화 추정경찰이 올해 10월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대형 화재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발화 현장에 사람 없던 듯"
울산지방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주상복합아파트 삼환아르누보 화재 원인 수사 결과, 발화 지점을 3층 야외 테라스 나무 테크 아래로 특정했고 낙엽과 담배꽁초 등을 발견했지만 명확한 발화 원인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7일 밝혔다. 화재는 실화로 추정하지만, 누가·어떻게 실화했는지는 모른다는 취지다.울산경찰청은 그간 수사전담팀(72명)을 꾸려 화재 발생과 확산 원인, 건축물 관리 실태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여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7차례 현장 감식하고 현장 폐쇄회로(CC)TV 분석과 주민 탐문 등을 진행해 발화 장소를 확인했다.
발화 장소인 3층 야외 테라스에 CCTV 5대가 있었지만 나무 데크 주변은 사각지대여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방원범 울산경찰청 형사과장(수사전담팀장)은 "당시 화재 전 17명이 현장을 왔다 갔는데, CCTV 분석 결과 이들 모두 발화 당시에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수사전담팀은 건물 위층에서 담뱃재 등이 떨어졌을 가능성을 염두하고 15층과 28층 대피공간에서 담배꽁초를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으나 당시 강풍이 불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야외 테라스로 꽁초나 재가 착지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경찰은 불길이 건물 외벽 전체로 번진 원인은 외장재 알루미늄 복합패널의 마감재나 접착제인 합성수지 때문으로 추정했다. 국과수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감정 결과, 알루미늄 복합패널 사이 스티로폼 자재와 실리콘으로 마무리 한 부분이 모두 가연성 물질이라는 것이다.
나무 데크에서 시작된 불이 이 물질을 태우면서 3㎜ 간격으로 붙어있는 외장재를 따라 건물 전체로 퍼진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아파트 사용 승인 시점(2009년 4월)에는 외장재에 대한 별도 처벌 규정은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화재 당시 화재 수신기 등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했고, 소방 특별점검 관련 별다른 위법 사항이나 관리 부실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해산하고 이후 울산 남부경찰서 형사과에서 나머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지난 10월 8일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33층 건물 전체를 덮은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관과 주민 등 95명이 연기 흡입이나 찰과상 등을 입었지만,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15시간 40여 분 만에 진압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