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내일 '고별 방한'…마지막 대북 메시지 주목

9일 외교차관회담·북핵대표협의…이인영·청와대 인사 만나고 강경화와 만찬
공개강연도 예정…정부, 한반도에 남다른 관심 보인 비건에게 감사 표할듯
내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뤄지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은 고별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특별대표로 그간 한반도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비건 부장관은 이번이 현직으로서는 사실상 마지막 방한이다.

그는 8∼11일 방한 기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외교부 고위인사는 물론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통일부 등 관계부처 고위 인사 등과 만날 것으로 7일 알려졌다.

그간 부장관과 대북특별대표 업무를 수행하면서 소통했던 한국의 주요 당국자들과 두루 만나 마지막 인사를 하는 셈이다. 또 공개강연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부장관은 이런 기회에 그간의 대북 협상의 소회를 공유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비건 부장관과 새로운 논의를 하기보다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한미가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원활한 업무인계를 당부하는 데 논의의 방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오후 늦게 전용기로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하는 비건 부장관은 9일 오전 최종건 1차관과 회담하고 오후에 이도훈 본부장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한미관계 전반 및 역내·글로벌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새로운 외교라인이 구성되고 있어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한미가 방위비 등 현안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그간 현안을 포괄적으로 점검하면서 바이든 인수위원회에 한국의 입장을 잘 설명해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가 조기에 재개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교체기 북한의 도발 방지 등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문제도 논의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지난 4년간 대북 협상을 어떻게 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교훈을 잘 인계해주는 게 새 행정부의 대북 정책 수립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비건 부장관의 노고에 감사를 표할 계획이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해 12월 부장관 취임 이후에도 대북특별대표직을 유지하면서 협상을 직접 챙길 정도로 많은 공을 들여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1일 비건 부장관을 비롯한 미국 대표단을 만찬에 초청, 그간 미국 측이 한미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노력해 준 것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이번 방한에는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와 과거 북미 실무협상마다 동행했던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별 방문인 만큼 그간 인연이 있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통일부 당국자 등도 두루두루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인영 장관이 비건 부장관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