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들, '판사 사찰' 안건 채택…논의 결과 주목(종합)

"법관 독립 등 포괄적 논의…정치적·당파적 해석 경계"
전국 법관 대표들의 회의체인 법관대표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인 이른바 대검찰청의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법관대표들은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화상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검찰의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토론에 들어갔다.

회의에는 전체 법관대표 125명 가운데 120명이 참석했다.

이 문건은 당초 회의 안건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법관 대표들이 현장 논의 끝에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확보에 관한 의안'으로 상정했다. 이에 법관대표회의 측은 "최근 현안이 된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을 비롯해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도록 제안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관대표들은 의견 표명 여부 등을 떠나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 사안을 논의하는 것에 관해 정치적·당파적 해석을 경계한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판사들 사이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판사 사찰' 의혹 관련 안건이 상정된 것은 해당 사안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 이봉수 창원지법 부장판사, 김성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현직 판사들은 잇따라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해당 안건에 대한 논의를 촉구했다.

반면 차기현 광주지법 판사는 내부망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가 지난 다음에 차분하게 논의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고, 징계위를 앞두고 의견 표명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판사 사찰' 의혹 문건에 관한 논의 결과는 회의가 끝난 뒤 공개하기로 했다. 회의에서 해당 의혹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등 공개적인 의견 표명이 나오면 추 장관 측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반대로 안건이 상정됐지만, 사찰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면 윤 총장이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법관대표회의는 2017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자 대책 마련을 위해 구성된 판사 회의체다.

2018년 2월 상설화됐으며 각급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 125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회의에는 ▲ 판결문 공개범위 확대 ▲ 법관 근무평정 개선 ▲ 법관 임용 전담 시설 확충 ▲ 기획법관제 개선 ▲ 민사사건 단독재판부 관할 확대 ▲ 사법행정 참여 법관 지원 ▲ 형사소송 전자사본 기록 열람 서비스 시범실시 확대 ▲ 조정 전담 변호사 확대·처우개선 등 8건의 안건이 올랐다.

오전에는 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한 사법행정자문회의 위원들의 보고를 듣고 질의응답을 했으며, 오후부터 본격적인 안건 심리가 시작됐다.

현재 법관 인사분과위가 발의한 의안 2건의 의결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남기지 않았다. 통상 대법원장은 상·하반기 정기회의 중 상반기에만 인사말을 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