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의료봉사 사라지고 노숙자 급식 중단…취약계층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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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움츠러든 情…자원봉사 절반으로 '뚝'경북에 사는 김상훈 군(18·가명)과 두 동생(고1·중3)은 올해 컵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부쩍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자 급식 지원이 끊긴 탓이다. 한부모 가정인 김군 가족은 한 달 정부 보조금 50만원과 어머니가 주 2~3회(일당 4만원) 일해 얻은 소득으로 생활한다. 집에서 끼니를 때우다 보니 30만원이던 평균 한 달 식비는 45만원으로 늘었다. 김군 가족을 지원하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희망친구 기아대책' 관계자는 “값싼 대체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해 영양 불균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애인 돌보던 요양사는 5명 중 1명 일 그만둬
기업들도 공부방 운영 등 봉사 프로그램 대폭 줄여
"줌 통한 가정학습·전화상담 등 새 복지 서비스 필요"
올해 코로나19는 소외계층을 사각지대로 몰아넣었다. 쪽방촌에서는 연탄지원 의료 봉사활동이 자취를 감추고, 노숙인에게 끼니를 제공하던 무료급식소도 일부 중단됐다. 장애인 노인을 돌보던 요양보호사 5명 중 1명은 일을 중단해 돌봄 활동에도 구멍이 생겼다.
의료봉사·무료급식소 중단
소외계층을 돕는 두 주체는 민간(시민단체·기업·자원봉사)과 공공(지방자치단체)이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은 두 주체의 지원 활동을 대부분 축소시켰다.매년 많은 자원봉사자가 찾던 쪽방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주 1회 이뤄지던 의료 자원봉사는 올해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서는 의료진이 매주 토요일 직접 방문해 주민 40~50명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의료봉사 중단으로 쪽방촌 주민들의 건강 관리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 내 쪽방 거주자는 약 3000명으로 10명 중 6명은 기초생활수급자(59.1%)다. 최선관 돈의동 쪽방상담소 실장은 “매주 토요일 이뤄지던 의료 자원봉사 활동이 올해 아예 중단돼 예방접종만 한 번 했다”며 “노래, 사진 등 복지센터 활동이 크게 축소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어르신이 많다”고 전했다.노숙인과 독거노인의 끼니를 책임지던 무료급식소도 상당수 멈췄다. 서울 인천 등 전국 26곳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전국자원봉사연맹은 1주일에 세 번, 하루 한 끼 제공하던 무료급식을 지난달 25일 중단했다.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간 무료급식소 문을 닫은 데 이어 두 번째다. 지난달 4일 급식을 재개했으나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3주 만에 다시 닫았다. 전국자원봉사연맹이 운영하는 천사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노인은 서울에서만 1350여 명이다. 연맹 관계자는 “비말차단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방역에 신경 썼지만, 급식소 이용자 대부분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노인층이어서 다시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이 멈추면서 영양 불균형을 겪을 우려가 커졌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던 독거 어르신과 노숙인 대부분은 떡이나 빵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했다. 울산에서 홀아버지, 동생 둘과 사는 이모양(12)은 “평일 동생들끼리만 있을 때는 하루 세 끼 편의점 도시락과 라면을 먹고 어떨 때는 하루 한 끼 이상 굶기도 한다”고 말했다.
NGO·기업도 봉사활동 줄줄이 중단
자원봉사에 기여가 크던 시민단체와 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는 매년 현장에서 진행했던 ‘방학 교실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1주일 동안 자원봉사자가 급식을 배급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던 프로그램이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합이 제한되면서 전화 상담 등으로 대체했지만 한계가 있다”고 했다.기업들도 봉사활동을 대폭 줄였다. GS건설은 매년 운영하던 ‘꿈과 희망의 공부방’ 활동을 올해 처음 중단했다. 저소득층 가정에 공부방을 만들어주는 사업으로 2011년 1호점을 완공한 뒤 9년째 진행하던 활동이다. 부산 청년들을 위한 ‘셰어하우스’ 사업은 올해부터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돌봄·요양 활동도 구멍이 생겼다.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가 지난 6월 서울 요양보호사 3456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 20.8%(714명)가 코로나19 유행 기간 일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중단 사유는 ‘이용자 또는 가족의 요청’(74%), ‘감염에 대한 우려로 자발적으로 중단’(17%) 순이었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인터넷 줌(Zoom)을 통한 가정학습이나 전화 상담 등 새로운 복지 서비스를 상황에 맞게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