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모델로 예측해보니…"확진자 하루 1000명 나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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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MS·UNIST·건국대 연구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팬데믹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6일(0시 기준·이하) 신규 확진자는 631명으로 나타났다. 631명은 이번 3차 팬데믹 이후 최다 기록이자 1차 팬데믹의 절정기였던 2월 29일 909명과 3월 2일 686명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규모다. 지난 4일(629명) 기록을 이틀 만에 갈아치웠다.
'S-E-I-H-R' 방식 모델 활용해
코로나19 유행 예측 보고서
신규 확진자 수 거의 맞춰
"사회적 거리두기 느슨해지면
연말 3000명까지 늘어날 수도
강도 높이면 70명대까지 낮아져"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특히 확진자 증가 추이가 가파르다. 631명 가운데 수도권이 470명(서울 253명, 경기 176명, 인천 41명)으로 74%를 차지했다. 6일 서울 누적 확진자는 1만205명으로 1만 명대를 처음 돌파했다. 총인구수 972만846명(올 6월 30일 기준)을 감안하면 1000명당 1명 넘게 걸렸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155명→193명→262명→295명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4일 ‘오후 9시 이후 다중이용시설 셧다운’이란 긴급조치를 내렸다.
미분방정식으로 확진자 예측
수학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분석하고 있는 국내 연구자들은 이런 3차 팬데믹 추이를 앞서 예측했다. 지난달 27일 내놓은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예측’ 보고서에서다. 서울시가 ‘오후 9시 이후 셧다운’이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온 배경이다. 이 연구에는 이효정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 부산의료수학센터장을 필두로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 이창형 울산과학기술원(UNIST) 수리과학과 교수, 정일효 부산대 수학과 교수 등이 참여해 각각 예측 결과를 내놨다. 11월 27일까지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정한 향후 2주간(11월 28일~12월 10일) 감염자 전망치다.코로나 확산 예측에 동원되는 수학적 모델은 통상 ‘S-E-I-H-R 상미분방정식’이다. S(감수성)→E(잠복기)→I(감염기)→H(확진 및 격리)→R(회복 또는 사망)로 이어지는 다섯 가지 상황을 시간에 따른 함수로 설계한 뒤 실제 확진자 데이터를 넣어 확진자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I는 무증상 감염자, 증상 감염자로 구분된다.이효정 센터장은 11월 12~27일 2주간 서울과 경기 지역을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같아도 집단감염 발생 시 R값(감염재생산지수:환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 수)이 크게 달라진다”며 “집단감염 발생을 고려한 해당 기간을 16개 시간 구간으로 나눠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기간에 R값은 2.2가 나왔다. 감염 전파 속도가 지난 8월 초 2차 팬데믹과 비슷하다는 뜻이다.이 센터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지 않는다면 지난달 27일부터 3주간 서울, 경기지역에서 최대 1만600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이창형 교수는 오는 10일께 전국적으로 8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정일효 부산대 교수팀은 지난달 27일 기준 R값(1.78)을 토대로 “11월 28일~12월 4일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500~600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후엔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1000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신규 확진자가 503명, 450명, 438명, 451명, 511명, 540명, 629명으로 나타났음을 감안하면 거의 맞춘 셈이다. 그는 이어 “지난 8~9월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수준의 R값인 0.77로 예측하면 11월 28일~12월 4일 주간엔 하루 평균 400~500명을 기록하고, 이후엔 감소해 12월 19~25일엔 200~300명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별로 사회적 거리두기 차별화
정은옥 교수는 행동 변화를 고려한 SEIQR 모델, 행동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SEIQR 모델 두 가지로 향후 감염 양상을 분석했다. SEIQR 모델은 S(감수성)-E(바이러스 노출)-I(전파)-Q(격리 치료)-R(회복)로 구성된 미분방정식이다.행동변화를 고려한 SEIQR 모델은 S를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은 수준의 행동을 하는 그룹(감수성 낮음), 생활방역 그룹(감수성 보통),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그룹(감수성 높음) 세 가지로 나눴다. 생활방역 그룹은 ‘적당히 알아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그룹을 말한다.생활방역 그룹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그룹으로 얼마나 이동하느냐에 따라 감염 추이가 갈린다. 시뮬레이션 기간은 2월 16일부터 11월 27일까지(9개월)로 했다. 이 기간 동안 추정된 생활방역 그룹의 감염전파 변화율을 토대로 향후 4주 동안 확산 규모를 예측했다.
정 교수는 “(11월 27일) 현재 생활방역 그룹의 감염전파 변화율(δ:델타)은 0.29”라며 “이것이 지속된다면 향후 1주는 하루 확진자가 830명, 2주 880명, 4주 1320명으로 예측됐다”고 했다. 이어 “8월 재확산 시기 감염전파 변화율(δ=0.39)만큼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 4주 후 3000명까지도 발생이 가능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높이면 하루 확진자는 4주 후 70명까지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정 교수는 이어 행동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SEIQR 수리모델로 전국 권역별 시뮬레이션을 했다.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청(대전 세종 충북 충남), 호남권(광주 전북 전남), 경남권(부산 울산 경남), 경북권(대구 경북), 제주도 등 총 7개 권역으로 구분했다. 그 결과 수도권은 현재 R값이 지속될 경우 10일께 하루 신규 확진자가 950명까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경북권, 충청권, 제주도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하루 확진자 수가 50명 이하로 예측됐다. 정 교수는 “지역별로 다른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