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 수출환경 나아질 것…2차전지·바이오헬스 약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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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역의 과제 좌담회한국 기업들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극적인 한 해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례없는 수요 절벽과 시장 침체를 겪었지만 하반기 들어 기업들의 실적은 브이(V)자로 반등했다. 정보기술(IT),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향상됐다.
사회=송종현 논설위원
내년에는 올해보다 통상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의 기저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는 ‘제57회 무역의 날’을 맞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 무역의 과제’를 주제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과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최명배 엑시콘 회장, 최혁 인포마크 사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송종현 한경 논설위원이 사회를 맡았다.
▷송종현 논설위원(사회)=올 한 해 수출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나승식 실장=올해 세계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를 넘어 1929년 경제대공황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한국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위기를 극복해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 4월 저점을 찍은 뒤 회복세를 지속해왔고 당분간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루평균 수출액은 지난 9월 이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11월에는 총수출액과 하루평균 수출액이 모두 상승세로 전환됐습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했고 자동차도 3개월 연속 늘었습니다. 기존 주력 품목들이 수출 회복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오헬스, 2차전지 등 7대 신성장동력 품목이 선전한 것도 고무적입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이나 미국 신정부 출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교역 환경에서 예의주시할 점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한진현 부회장=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세계 경제는 약 4% 중반으로 역성장하고, 글로벌 교역량은 약 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분기 말 미국과 유럽에서 일시적으로 경기가 개선되면서 팬데믹 초기보다 올해 성장률에 대한 우려는 다소 완화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2차 대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올해 우리 수출은 수출 5000억달러, 글로벌 수출 7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수출은 9월 들어 플러스로 반등(7.3%)하면서 중국을 제외하면 주요 경쟁국보다 빠른 회복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기업들도 올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겪었을 것 같은데요. 올 한 해를 어떻게 보냈습니다. 어떻게 불황을 극복해 냈나요.
▷최명배 회장=엑시콘은 반도체테스트 장비를 제작하는 기업입니다. 올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이 많아 조심스럽지만 저희 회사의 업황은 상당히 좋은 상황입니다. 올해 수출액은 5600만달러로 작년보다 4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분간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사람들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지향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예상했던 것보다 5~10년 앞당겨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비대면 회의, 온라인 수업, 게임 등 온라인상의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게 될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의 반도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언제든 다시 국가 간 봉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습니다.▷최혁 사장=인포마크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웨어러블(입는) 기기 등 정보통신기술(ICT) 스마트디바이스 전문기업입니다. 올해 인포마크의 수출실적은 전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시장의 소비 위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수출은 회복되고 있지만 휴대폰 등 IT 완제품의 수출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저희는 코로나19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글로벌 보건의료 환경이 공급자·치료 중심에서 점차 수요자·예방관리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활성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IT 기반 비대면 및 개인 의료 서비스 시장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기반 기술 및 제품을 보유한 우리 회사에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내년에는 시니어 케어 스마트 밴드를 새로운 수출 중점 품목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선진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입니다.
▷사회=내년에는 코로나19 외에도 미국 신정부 출범 등 새로운 변수들이 출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수출환경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그리고 한국 무역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김흥종 원장=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 대비 10.1%포인트 상승한 5.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확산과 봉쇄조치의 영향으로 올해 2분기 큰 폭의 경기침체 이후 3분기부터는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환경이 지속되고 안정적인 국제유가가 유지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성장경로로 복귀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중순께에는 코로나19 백신이 대량생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으며, 이것이 실현되지 못할 경우 커다란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급격한 자산가격 변화와 금융불안 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의 ‘약한 고리’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다자체제를 선호하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의 불공정무역, 미국 신행정부의 대중국 견제에의 동참 요구, 비관세장벽의 강화, WTO 개혁 등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우리나라 통상정책의 기본방향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전략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로서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사회=정부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나 실장=과거 한국 경제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더욱 강해졌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인터넷 기업을 적극 육성해 IT 강국으로 자리잡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자동차 정유·화학 등 제조업의 경쟁력이 강화됐습니다. 올해 코로나19 충격에도 2차전지, 바이오헬스, 친환경차 등 차세대 신성장 수출산업들은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습니다. 내년에는 한국판 뉴딜과 신산업 육성으로 근본적인 산업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린에너지산업 육성, 친환경 제품 개발, 수소생태계 구축 등 글로벌 그린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주력 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도 우리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해외에 진출해 있는 기업의 국내 복귀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유턴기업’ 선정 요건을 완화해 첨단산업의 국내 투자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사회=마지막으로 기업 입장에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최 회장=내년에도 반도체 관련 산업의 호황이 예상되지만 소재·부품·장비의 70% 이상은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인프라 투자, 우수인력 확보에 많은 정책 지원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3~4년간 기술 자립과 역량 확보가 중요한 시점으로 판단됩니다. 반도체 칩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관련된 수출 기여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잠재력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최 사장=정부에서도 디지털 스마트 의료 및 돌봄 인프라 구축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을 추진하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다만 의료 분야 특성상 ‘비대면 AI 헬스케어’ 등 기존에 없던 바이오 의료 사업에 대한 허가나 건강보험 적용 등에 규제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의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업 진행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런 혁신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지속적인 지원 및 제도 개선을 희망합니다.정리=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