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배달 오토바이] ① 무법 질주에 교통질서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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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법규 아랑곳하지 않고 시민 안전 위협…"운전하기가 겁난다"
배달 수요 급증·경쟁 치열…배달원들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해야 수입 늘어"
[※ 편집자 주 =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장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시장이 커져 거리에 오토바이 운행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불법 운행을 일삼는 오토바이로 인해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이를 방치하면 교통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연합뉴스는 '도로 위 무법자'로 불리는 배달 오토바이 운행 실태를 점검하는 기사 2편을 송고합니다.
] 편도 4차선 도로에서 1차로에 있던 오토바이가 우회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초였다.
지난 2일 대구 달서구 상화로에서 1차로를 달리던 한 배달 오토바이는 2·3차로에 있는 차 앞을 가로질러 순식간에 4차로로 '공간 이동'을 시전했다.
1차로에서 왼쪽으로 살짝 몸을 튼 오토바이 운전자(라이더)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4차선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우회전했다. 대구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기 시작한 지난 4월 회사원 김명진(35)씨는 배달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도로 옆 인도 턱을 들이받았다.
예고 없이 끼어든 오토바이를 피하려고 김씨가 핸들을 꺾은 경우였다.
그는 "블랙박스로 라이더를 잡고 보니 생계를 호소하더라"며 "급한 건 알겠는데 도로에서 적당히 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틀 뒤 대구 중구 삼덕네거리에서는 신호 대기 중이던 라이더가 보행자 신호에 맞춰 쏜살같이 횡단보도를 건너더니 인도를 거쳐 사라졌다.
예전처럼 헬멧을 쓰지 않은 사례는 거의 없지만,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는 배달 오토바이를 찾기도 쉽지 않다.
대다수가 신호를 무시하거나 인도를 내달리는 등 제멋대로 주행하기 일쑤다.
북구 연경동에 사는 오재웅(57)씨는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옆에 배달 오토바이가 있으면 곧 튀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데 틀린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운전하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구매가 늘고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음식 배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수요가 급증하자 배달업체가 속속 생겨나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의뢰받은 음식을 늦지 않게 배달하고, 한 건이라도 더 많이 배달해서 수입을 늘리려는 라이더는 '도로 위 무법자'가 돼 적색 신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질주한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역대 최대(42조 41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가 늘었다.
이 가운데 음식 서비스 분야는 81.7%나 증가했다.
공공배달서비스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는 대구시 스마트시티지원센터는 음식 배달 주문 가운데 앱 주문량이 지난해 30∼40%에서 올해 60%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한다.
대부분 메이저 배달 앱을 통한 주문이다.
대구 음식점 3만8천여 곳이 배달 앱으로 받는 주문 건수는 하루 10만 건 이상으로 본다. 라이더들의 무법 질주는 더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됐지만, 이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
라이더 A씨는 "고객에게 '50분 내 배달'이라고 알림 메시지가 가도 20분만 지나면 언제 도착하느냐고 확인 전화가 온다"고 항변했다.
그는 "정속 주행하거나 차선 하나를 온전히 차지하고 운전하면 뒤에 오는 운전자들이 비키라는 식으로 경적을 울리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라이더 B씨는 "배달하는 건수가 그날 일당으로 이어지는 체계라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수입이 배달 건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통법규를 어긴다는 것이다.
B씨는 "음식 배달도 쿠팡과 같은 업체처럼 월급제로 운영하면 좀 덜 달리지 않겠나"라면서도 "그건 라이더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오토바이 불법 운행을 방치하는 사이 시민 안전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택시기사 신모(67)씨는 "빨리 목적지에 가야 한다는 목표가 우리와 비슷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운전하는 만큼 안전에 더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배달 수요 급증·경쟁 치열…배달원들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해야 수입 늘어"
[※ 편집자 주 =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장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시장이 커져 거리에 오토바이 운행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불법 운행을 일삼는 오토바이로 인해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이를 방치하면 교통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연합뉴스는 '도로 위 무법자'로 불리는 배달 오토바이 운행 실태를 점검하는 기사 2편을 송고합니다.
] 편도 4차선 도로에서 1차로에 있던 오토바이가 우회전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초였다.
지난 2일 대구 달서구 상화로에서 1차로를 달리던 한 배달 오토바이는 2·3차로에 있는 차 앞을 가로질러 순식간에 4차로로 '공간 이동'을 시전했다.
1차로에서 왼쪽으로 살짝 몸을 튼 오토바이 운전자(라이더)는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4차선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우회전했다. 대구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기 시작한 지난 4월 회사원 김명진(35)씨는 배달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도로 옆 인도 턱을 들이받았다.
예고 없이 끼어든 오토바이를 피하려고 김씨가 핸들을 꺾은 경우였다.
그는 "블랙박스로 라이더를 잡고 보니 생계를 호소하더라"며 "급한 건 알겠는데 도로에서 적당히 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틀 뒤 대구 중구 삼덕네거리에서는 신호 대기 중이던 라이더가 보행자 신호에 맞춰 쏜살같이 횡단보도를 건너더니 인도를 거쳐 사라졌다.
예전처럼 헬멧을 쓰지 않은 사례는 거의 없지만,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키는 배달 오토바이를 찾기도 쉽지 않다.
대다수가 신호를 무시하거나 인도를 내달리는 등 제멋대로 주행하기 일쑤다.
북구 연경동에 사는 오재웅(57)씨는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옆에 배달 오토바이가 있으면 곧 튀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데 틀린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운전하기가 겁이 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구매가 늘고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앱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음식 배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수요가 급증하자 배달업체가 속속 생겨나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의뢰받은 음식을 늦지 않게 배달하고, 한 건이라도 더 많이 배달해서 수입을 늘리려는 라이더는 '도로 위 무법자'가 돼 적색 신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질주한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역대 최대(42조 41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가 늘었다.
이 가운데 음식 서비스 분야는 81.7%나 증가했다.
공공배달서비스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는 대구시 스마트시티지원센터는 음식 배달 주문 가운데 앱 주문량이 지난해 30∼40%에서 올해 60%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한다.
대부분 메이저 배달 앱을 통한 주문이다.
대구 음식점 3만8천여 곳이 배달 앱으로 받는 주문 건수는 하루 10만 건 이상으로 본다. 라이더들의 무법 질주는 더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됐지만, 이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
라이더 A씨는 "고객에게 '50분 내 배달'이라고 알림 메시지가 가도 20분만 지나면 언제 도착하느냐고 확인 전화가 온다"고 항변했다.
그는 "정속 주행하거나 차선 하나를 온전히 차지하고 운전하면 뒤에 오는 운전자들이 비키라는 식으로 경적을 울리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라이더 B씨는 "배달하는 건수가 그날 일당으로 이어지는 체계라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수입이 배달 건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통법규를 어긴다는 것이다.
B씨는 "음식 배달도 쿠팡과 같은 업체처럼 월급제로 운영하면 좀 덜 달리지 않겠나"라면서도 "그건 라이더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오토바이 불법 운행을 방치하는 사이 시민 안전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택시기사 신모(67)씨는 "빨리 목적지에 가야 한다는 목표가 우리와 비슷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운전하는 만큼 안전에 더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