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불어나는 나랏빚…10월에만 12조 늘어 813조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와 정부 재정지출 확대 영향으로 나랏빚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12월호'를 보면 올 10월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812조9000억원이었다. 10월에만 12조6000억원 늘었다. 전달(6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2배 커졌다. 이동통신요금, 고용유지지원금 등 재정 지원에 따른 국채 발행이 증가한 영향이다. 중앙정부 채무는 올해 들어 총 113조9000억원 불어났다. 중앙정부 채무는 부채 대표 지표인 '국가채무'에서 지방정부 채무를 제외한 것이다. 지방정부 채무가 20조~30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10월말 국가채무는 833조~843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연말이면 정부의 올해 연간 국가채무 전망치인 846조9000억원마저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나라살림이 빠르게 악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 침체로 벌이(세금 수입)는 쪼그라드는데, 씀씀이(재정 지출)는 확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1~10월 국세수입은 253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조7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법인세 타격이 크다. 법인세는 10월까지 52조9000억원 걷혔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조1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확 줄면서 납부 세액도 감소한 것이다. 부가가치세(66조원)도 3조3000억원 줄었다. 소득세(75조5000억원)는 8조5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정부의 연간 목표치(88조5000억원)엔 10조원 못 미친다. 목표치 대비 세수를 뜻하는 '진도율'도 10월까지 85.4%로 전체 국세(90.7%)보다 낮은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선 세수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년 동월 대비 국세 증감을 보면 1~6월엔 줄곧 마이너스(-)였지만 7월 2조4000억원 증가로 반등했다. 8월 3조8000억원, 9월 3조6000억원, 10월 6조8000억원 등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납부 유예분이 하반기에 들어오고 있는 데다, 3분기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며 소비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10월 소득세 수입은 4조1000억원, 부가세 수입은 9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코로나19 3차 확산이 시작돼 연말 세수가 다시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 지출은 증가일로에 있다. 올해 10월까지 총지출은 468조5000억원에 이르러 전년 동기보다 50조9000억원 증가했다. 10월 증가분만 2조1000억원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네 차례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여파다.

재정 적자도 커지고 있다. 10월말 기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59조원 적자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빼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0조6000억원 적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작년 54조4000억원이었다. 올해 10월까지 적자가 작년 연간 적자의 2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재정건전성 악화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내년 558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도 109조원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내년에도 확장 재정 운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내년 예산안 증액 내역을 보면 코로나19와 상관 없는 선심성 지출도 상당수 포함돼 "재정건전성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