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 팍팍한 고용시장...'소비절벽'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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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민간소비 규모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수준을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앞으로 회복 속도도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절벽 시대'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치솟는 집값과 생산연령인구(15~64세) 증발과 팍팍한 일자리시장 등이 가계 씀씀이를 옥죈 결과다.
민간소비는 수출과 함께 국내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1848조9585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1%에 달했다. 국가 경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의 씀씀이 부진은 경기 침체로 직결된다.
코로나19 불확실성과 집값 과열로 올해 가계저축률(가계 가처분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뛰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가계저축률이 10%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6%)보다 4%포인트 높은 것은 물론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2%) 이후 처음 10%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저축률이 올라가면 소비가 줄고, 창고에는 재고가 쌓인다. 재고가 쌓인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벌이가 줄어든 가계는 다시 소비를 줄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시한 이른바 '저축의 역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점도 소비 침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올해 3735만8000명으로 작년에 비해 23만2000명가량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2021~2025년에는 150만5000명이 줄어든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빚어진 고용시장 충격이 청년층에 집중됐다"며 "저출산·비혼화가 고착화하면서 소비위축이 만성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민간소비, 외환위기 후 최악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3분기 민간소비(실질·원계열 기준)는 632조6835억원으로 작년 동기(661조6608원)보다 4.4% 줄었다. 이 같은 소비 감소율은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1~3분기(-12.7%) 후 22년 만에 가장 컸다.올들어 가계는 외식비, 오락·문화비 등을 집중적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1~3분기 영화를 보거나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지출한 오락·문화·스포츠비(실질 기준)는 35조36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줄었다. 가계가 음식·숙박업체에 지출한 금액(54조4146억원)도 11% 감소했다. 코로나19로 가계가 바깥 활동을 자제한 결과다. 한은은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4.3%, 2021년 3.1%, 2022년 2.5%로 내다봤다. 한은이 추산한 민간소비 규모는 2019년 890조원, 2020년 852조원, 2021년 878조원, 2022년 900조원이다. 민간소비가 2022년에나 코로나19가 퍼지기 직전인 2019년 수준 만큼 도달할 것으로 본 것이다. 2022년 민간소비도 2019년을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민간소비는 수출과 함께 국내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1848조9585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1%에 달했다. 국가 경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의 씀씀이 부진은 경기 침체로 직결된다.
집값 과열도 소비 옥죈다
최근 코로나19 불확실성과 불어난 집값이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이 급등한 주택 매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가계가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는 평가다. 정동재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부연구위원은 이날 발표한 ‘주택 구매가 가계의 최적 소비 경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서울 주택시장에서 집값이 뛰고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며 "주택구매 시점이 미뤄질 경우 소비를 늦추거나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코로나19 불확실성과 집값 과열로 올해 가계저축률(가계 가처분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뛰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가계저축률이 10%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6%)보다 4%포인트 높은 것은 물론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3.2%) 이후 처음 10%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저축률이 올라가면 소비가 줄고, 창고에는 재고가 쌓인다. 재고가 쌓인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벌이가 줄어든 가계는 다시 소비를 줄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시한 이른바 '저축의 역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생산인구, 5년새 150만명 증발
지속되는 고용시장 부진도 가계 씀씀이를 옥죌 변수로 꼽힌다. 한은은 올해 취업수가 20만명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 취업자수는 13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소비가 왕성한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고용률도 내년 65.8%로 2019년(66.8%)을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올해 추정치(65.9%)에도 밑돈다.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고용 창출 기여도가 높은 서비스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고용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점도 소비 침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올해 3735만8000명으로 작년에 비해 23만2000명가량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2021~2025년에는 150만5000명이 줄어든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빚어진 고용시장 충격이 청년층에 집중됐다"며 "저출산·비혼화가 고착화하면서 소비위축이 만성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