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대화 참여한다는데…민주노총 선거 흥행 안되는 이유?!

"사회적대화, 누가 하면 인정되고, 누가 하면 반대
민주노총 스스로 고립 자초…조합원 외면 불가피"
前 핵심간부가 지적하는 민주노총의 치부
대화파 對 투쟁파 구도에도 주목 끌지 못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매 사회적 대화 논란이 부결로 끝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8월 18일 경남본부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 및 고용유지를 위한 경남지역 노사정 상생협력 공동선언’과 ‘실천선언문’은 우리에게 또 다른 고민을 던지고 있다. 7월 23일 부결된 중앙 노사정 합의안과 비슷하거나 일부는 더 미흡한 수준의 합의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적 반대와 논란 없이 그냥 넘어가는 모습은 과연 우리 민주노총 내부에서 사회적 대화 관련 객관적 잣대가 존재하는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결국 비슷한 합의도 누가 하면 인정되고, 누가 하면 인정 안 하는 식이 된다면 민주노총은 조직 안팎으로 사회적 대화 추진 관련 그 어떤 진정성과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어려우며, 이런 모습의 민주노총은 사회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수 밖에 없고 현장 조합원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 글은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정책실장을 지내면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이 쓴 글이다.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 10월 열린 '공공기관 노정교섭과 사회적 대화 기획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한국사회 노동운동 및 민주노총의 올바른 역할 정립을 위하여'였다. 이 원장의 글은 민주노초의 고질적인 정파주의와 그로 인한 외부의 차가운 시선, 조직 내부의 불신 등 민주노총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대화파 對 투쟁파' 선명한 구도에도 선거에 대한 관심은 저조
이 글에 주목한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 차기 지도부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대화파'와 '투쟁파'의 선명한 대결 구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지난 5일 발표한 투표 결과에 따르면 경기본부장인 양경수 후보가 31.3%를 득표해 1위, 금속노조 위원장 출신의 김상구 후보가 26.3%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민주노총 규약에 따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결선투표는 17~23일 진행된다. 결과는 24일 오전 중 발표될 예정이다.

두 후보가 낸 '결선에 임하는 입장'을 보면 차이는 극명하다. 사회적대화 참여를 공약을 내건 김 후보는 '과감한 변화, 사회적 교섭'을 출사표의 상단에 적시했다. 그러면서 "사업장 담벼락 안에 갇힌 노조, 조합원들로부터 괴리된 노동운동,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민주노총과 과감히 결별하겠다"며 조직의 치부를 낱낱이 공개했다. 그러면서 "5000만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민주노총을 반드시 만들겠다"고도 했다.

반면 양 후보는 사회적대화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내며 정부와 기업을 향한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그는 "1차 투표 결과는 거침없이 투쟁하라는 100만 조합원들의 명령"이라고 했다. 또 지난 7월 내부 추인과정에서 부결된 사회적대화와 관련해서는 "노사정 대화의 침도 마르지 않았는데, 정권과 자본은 등 뒤의 칼을 뽑아 민주노총의 목을 겨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0만 조합원에 대한 선전포고이며, 정면으로 맞받아쳐 나가겠다"고도 선언했다. 공약과 발언만 놓고 보면 두 후보의 차이는 극과 극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그에 따른 노조3법 개정,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 등 민감한 노동현안이 산적한 상황임에도 민주노총 선거에 대한 노동계 안팎의 관심은 크지 않다.

1차 투표의 선거인수는 총 95만7098명이었다. 이 중 60만5651명(63.3%)이 투표에 참여했으나, 무효표가 7만9208표에 달했다. 조합원 절반 가량만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민주노총 스스로 고립 자초... 조직내 자성 목소리 귀담아 들어야


이유는 앞서 이주호 전 정책실장이 쓴 글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 출신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회적대화에 참여하고 말고의 문제를 위원장이 결정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원장이 누가 되든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게 관심이 적은 이유가 아니겠느냐. 투쟁 일변도의 성향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의사결정이 특정 정파에 휘둘리면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상식이 작동하지 않는 점이다."

오는 23일 결선투표가 끝나면 내년 1월부터 3년간 민주노총을 이끌 새 위원장이 결정된다. 대화냐, 투쟁이냐를 넘어 민주노총 울타리 밖 근로자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상식적인 민주노총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