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사단 만난 후 윤석열 비난 성명…그 신부 칭찬한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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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신부 "대검 구경 간 것일 뿐"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난하는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가 성명 발표 6일 전 '윤석열 감찰·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동수 대검감찰부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시국선언과 관련 사전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해당 신부는 "한 부장의 초대로 대검 구경을 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추미애, 시국선언 보도하지 않은 언론사 명단 공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 출신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인사다.한편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 비난 시국선언에 참여한 신부들을 칭찬했다.
추미애 장관은 전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공식 의견 표명 안건이 부결된 것을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했다.
추미애 장관은 법관회의의 이 같은 결정을 같은 날 이뤄진 천주교 사제·수도자 등 4000명의 시국선언과 비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추미애 장관은 시국선언에 대해 "기도소를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과도한 검찰권의 행사와 남용으로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편파수사와 기소로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표출한 것"이라며 "그냥 방치된다면 주님의 본성인 인간성을 파괴하기에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지극한 관심과 관여이고 부당한 힘에 대한 저항이라고 이해된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장관은 "정치 중립은 정치 무관심과 구분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한 정치에 대한 관심과 관여는 누구나의 의무"라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고, 관여할 의무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했다.
추미애 장관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천주교 시국선언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사 명단을 공유하며 "정말 아쉽다. 허나, 울림은 진실과 비례한다는 것을 믿는다"고 했다. 윤석열 총장 비판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배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직 판사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논의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6일 한 민주당 법사위원이 누군가와의 전화에서 '판사들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김남국 의원은 "완전한 소설"이라고 해명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다음은 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글 전문.
정치는 편가르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편가르기를 시정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며, 포용을 통해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끄는 것이 목표입니다. 민주주의가 지켜야 할 가치인 ‘인권, 정의, 공정, 평등’에 이바지하는 공동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는 우선 편을 가르고 봅니다. 지역으로, 계층으로, 학벌로, 성별로, 연령으로 ‘나누는 것’, 그것을 정치로 착각하고 너무 당연하게 여깁니다. 이것이야말로 정치의 의미를 무용하게 만드는 위험한 것인데 말입니다.어제 법관들은 전국 법관회의에서 ‘판사 개인 정보 불법 수집 사찰’에 대한 의제를 채택하였습니다. 그러나 법관들은 정치중립을 이유로 의견 표명을 삼갔습니다. 물론 법의 수호자인 법관에게 어느 편이 되어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지만, 그들의 주저와 우려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판사 개인 정보 불법 수집 사찰’ 의제는 판사 개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묻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재판의 목표이자 기준인 민주주의적 가치, 인권과 공정이 위협받고 있고, 대검의 판사 개개인에 대한 불법 정보 수집으로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할 법관을 여론몰이 할 때 사법정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회적 위기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법관의 침묵을 모두 그들만의 잘못이라 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정치를 편가르기나 세력 다툼쯤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어느 편에 서지 않겠다는 경계심과 주저함이 생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천주교 성직자들 4천여 분이 시국선언을 하였습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는 헌법원칙을 깨고 정치 중립을 어기려고 그런 것일 걸까요? 어느 세력의 편이 되려고 한 것일까요? 오히려 기도소를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과도한 검찰권의 행사와 남용으로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편파수사와 기소로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표출한 것입니다. 그냥 방치된다면 주님의 본성인 인간성을 파괴하기에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지극한 관심과 관여이고 부당한 힘에 대한 저항이라고 이해됩니다. 종교인마저도 딛고 있는 이 땅에, 정의와 공의로움 없이 종교가 지향하는 사랑과 자비 또한 공허하다는 종교인의 엄숙한 공동선에 대한 동참인 것이지 어느 쪽의 정치 세력에 편드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세속을 떠난 종교인은 세속의 혼돈을 우려하고 꾸짖었으나 세속의 우리는 편을 나누어 세력화에 골몰한다면 정의의 길은 아직 한참 먼 것입니다.
정치중립은 정치 무관심과 구분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한 정치에 대한 관심과 관여는 누구나의 의무입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고, 관여할 의무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