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도 고병원성 AI 확진…"전국적으로 농장 주변까지 바이러스"

농장 간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조사"
3차까지 보상금 70억원 소요 추정…'닭·오리·달걀 공급 여력 충분
4개 시·도의 가금농장에서 산발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전국적으로 질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8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어 지난달 26일 전북 정읍의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올해 들어 처음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4건이 4개 시·도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밝혔다.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곳은 정읍, 경북 상주, 전남 영암, 경기 여주이며 충북 음성과 전남 나주에서는 의심 신고가 들어와 고병원성 여부를 정밀검사 중이다.

이날 신고된 나주를 제외한 5개 가금농장을 역학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는 농장 간 수평전파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1·2차 발생 농장 반경 10㎞ 내 농장과 역학관계가 있는 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도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2016∼2017년 사례를 보면 초기 중부지방에서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되고 전남·경남 등 남부지방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올해는 10월 21일 충남 천안의 야생조류에서 항원이 처음 나온 이래 호남, 영남, 제주 등 전국으로 퍼지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 박병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내년 1월까지 철새 유입이 증가하면서 가금농장에서의 고병원성 AI 발생 위험도 계속 커질 것"이라며 "철새 도래지, 야생조류 서식지 등이 전국에 분포해 있어 전국 가금농장의 AI 발생 우려가 매우 높은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전국적으로 바이러스가 농장 주변까지 왔다고 판단한다"며 "이런 상황에 맞춰 강화된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 "전국 확산 막자" 철새도래지 소독·농장 차단방역 '고삐'
중수본은 AI 바이러스 오염원이 있는 철새도래지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철저히 격리해 집중 소독을 시행하고 있다.

농장의 소독·방역 실태와 농장 방역수칙 이행을 점검하면서 농장 단위 차단 방역도 강화했다.지난 5일에는 전국 가금농장별 전담관제를 도입해 농장 주변 생석회 도포 등 개별 농장의 차단방역 시행 여부를 현장점검 중이다.

이와 함께 농장 간의 수평전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관리를 강화했다.

전국 모든 가금류에 대해 출하 전 검사를 시행하고 방역대(발생농장 반경 10㎞) 내 농장, 발생 농장과의 역학관계가 확인된 농장은 매일 전화 예찰을 한다.

계열화사업자는 소속 농가에 대한 방역시설 점검을 거친 이후 가금을 입식해야 한다.

특히, 발생 농장이 속한 계열화사업자는 소속 도축장 검사를 늘리고 계약농가를 대상으로 한 일제 검사를 시행하도록 했다.

발생지역 현장점검과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경북·전북·전남도에는 관계 부처와 시·도 합동 'AI 현장상황관리단'을 설치했다.

농식품부 박병홍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바이러스가 가금농장 주변에 이미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인데도 발생농장 역학조사 결과 기본적인 농장 차단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농장주는 자신의 농장을 바이러스로부터 지키기 위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게 소요되는 만큼 점검과정에서 법령위반 사항이 있으면 행정처분과 살처분 보상금 삭감 등과 같은 엄정한 조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 3차까지 살처분 보상금 70억원…닭·오리·달걀 수급 양호
고병원성 AI가 확진되면 발생농장 3㎞ 내 농장의 사육가축을 예방적 살처분한다.

중수본은 1∼3차 발생 지역의 농가에 대한 보상금으로 약 7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1차 정읍(7호, 48만7천 마리) 24억8천만원, 2차 상주(5호, 55만9천 마리) 25억4천300만원, 3차 영암(11호, 50만2천 마리) 20억원이다.

여주는 아직 집계 중이다.

살처분 보상금은 예산 이·전용을 통해 일부 확보해 지급하고 추가로 드는 비용은 내년도 예산 600억원을 활용해 보상금 추정액의 최대 50%까지 선지급할 계획이다.

올해 살처분 보상금 632억원은 이미 전액 소진해 예산 이·전용을 추진 중이다.

가금농장 내 고병원성 AI에 따른 살처분에도 닭고기와 오리고기 공급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국내 계란, 닭고기, 오리고기 수급 상황을 보면 사육 마릿수가 전반적으로 평년보다 많고 닭고기와 오리고기 냉동 재고 물량도 많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기준 국내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7천385만 마리로 평년보다 4.5%, 계란 생산량은 하루 4천638만 개로 7.3% 증가했다.

육계 사육 마릿수는 8천820만 마리로 평년 대비 8.0%, 지난달 말 주요 유통업체의 냉동재고량은 41.4% 늘었다.

오리 사육 마릿수는 929만 마리로 평년보다 2.4% 감소했지만, 주요 유통업체의 냉동재고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외식소비 부진 등으로 93.7% 급증했다.

산지 가격은 평년 대비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일례로 지난 1∼7일 기준 계란 산지 가격은 특란 10개당 1천120원으로 평년의 1천135원이나 지난해 12월 1천183원보다 낮다.

계란 소비자가격은 특란 10개당 1천856원으로 평년 12월 대비 0.9%, 지난해 12월 대비 4.0% 올랐으나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정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으로 파악됐다.

최근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 마릿수는 산란계, 육계, 오리 사육 마릿수 대비 각각 0.7%, 0.8%, 3.7%로 수급이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육계는 30일 내외, 오리는 45일 내외면 출하가 가능하고, 살처분 마릿수가 육계나 오리의 연간 출하 마릿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07%, 0.5%에 그쳐 실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박 실장은 "AI에 대한 철저한 차단 방역과 함께 닭고기, 계란, 오리고기의 수급·가격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농협·생산자단체, 유통업계 등과 긴밀하게 협조해 수급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