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저감장치 제조원가 '뻥튀기'로 보조금 수백억 꿀꺽(종합)

권익위, 제조사 수사의뢰…담합·유착 의혹도 제기
환경부 "위법사항 확인되면 부당이득 보조금 환수 등 적법 조치 계획"
노후 경유차에 부착되는 매연저감장치(DPF) 제조 업체가 원가를 2배 이상 부풀려 정부 보조금 수백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매연저감장치 보조금 지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원가 산정 등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권익위 조사결과 A사는 1종 DPF 제품의 제조원가를 실제(405만원)보다 높은 870만원으로 써냈고, 환경부는 여기에 운영 비용 등을 붙여 대당 97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A사는 보조금 규모가 자신들이 제출하는 원가 자료를 기초로 한다는 점을 악용, 이런 수법으로 작년에만 300억원 가량의 보조금을 편취했다. 권익위는 경찰청에 A업체를 수사 의뢰하고,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규모로 제조원가를 책정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의혹이 있다고 통보했다.

권익위는 장치 설치 신청 창구인 부착지원센터와 제조업체 간 유착 의혹 역시 제기했다.

환경부와 한국자동차환경협회, 제작사간 협의로 설립된 부착지원센터의 실질적 대표가 협회 출신이고, 협회엔 환경부 출신 공무원들이 간부로 있어 센터에 대한 적절한 관리·감독이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제작사들은 협회에 장치 부착 건수에 따라 매년 수억원의 회비를 내고 있었으며, 센터에도 소개 수수료 명목으로 대당 25만∼85만원씩 수십억원을 납부하고 있었다.

권익위는 환경부가 센터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고 소개 수수료를 받도록 한 것은 환경부의 관련 업무지침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이 결과에 대해 "권익위로부터 관련 자료 일체를 넘겨받아 검토하고, 경찰 수사 등을 통해 명확한 사실관계 및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부당이득 보조금을 환수하는 등 적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제조원가는 객관적인 산정을 위해 전문 원가계산용역기관인 한국물가협회에 의뢰하고 있고, 특정 업체 제조 원가가 아닌 제작사 전체의 평균 원가를 기초로 산정된다"며 "한국물가협회는 권익위가 언급한 제조원가가 노무비, 외주가공비 등을 제외한 단순 재료비만 포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센터 및 협회 간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자동차환경협회의 회비는 협회의 회원사인 제작사가 정관 및 이사회 의결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납부하고 있고 제작사와 부착지원센터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며 "향후 감사 등을 통해 보조금 집행을 더욱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