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피냄새 맡았다"…AMD·엔비디아, AI·반도체 기업 잇단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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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달군 글로벌 M&A“AMD가 바닷속에서 인텔의 피 냄새를 맡고, 동종업체 자일링스를 350억달러(약 38조원)라는 거액에 인수했다.”(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
(1) 경쟁사 삼켜 '절대강자'로
업계 왕좌 노리는 초대형 M&A
유통업계 '규모의 경제' 실현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잇따라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몸집 불리기’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지난 10월 서버·인공지능(AI)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일링스를 인수한 것도 휘청거리고 있는 인텔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AMD는 서버·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인텔을 맹추격 중이다.
3분기 이후 대형 M&A 봇물
정보기술(IT)업계에선 올 3분기 이후 대형 M&A가 잇따랐다.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실적이 개선된 기업들이 ‘절대 강자’에 오르기 위해 동종업계 경쟁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 9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40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90% 이상이 ARM의 설계도를 활용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 엔비디아가 ARM을 최종 인수할 경우 모바일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켓워치는 “엔비디아가 ARM을 노린 것은 AMD의 자일링스 인수와 비슷한 맥락”이라며 “오랜 기간 반도체 왕좌를 지켰던 인텔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세계 1위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SW) 회사인 세일즈포스는 지난주 메신저 기업 슬랙을 277억달러에 사들였다. 주력 사업을 CRM에서 기업용 SW 전체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세일즈포스는 슬랙 인수를 통해 기업용 메신저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맞설 계획이다. 세일즈포스는 지난해에는 데이터 분석 기업 태블로소프트웨어를 153억달러에 사들이고, 2018년엔 클라우드 앱 기술업체 뮬소프트를 65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몸집을 크게 불려나가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현재 기업가치는 2100억달러에 이른다.
이탈리아 온라인 결제업체 넥시는 지난달 덴마크의 경쟁사 네츠를 80억달러에 인수했다. 영업지역을 유럽 전역으로 넓히겠다는 포석이다. 넥시는 앞서 이탈리아 결제 플랫폼 SIA와 46억유로 규모의 합병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디어·유통업계도 M&A 활발
미디어업계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미국 1위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는 지난달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폭로 서적을 잇따라 펴낸 미국 3위 출판사 사이먼앤드슈스터를 22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로써 펭귄랜덤하우스의 모기업인 독일 미디어 기업 베텔스만은 미국 1위 출판사와 3위 출판사를 모두 거느리게 됐다.앞서 지난달 20일에는 미국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가 경쟁사 허프포스트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버즈피드와 허프포스트는 서로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두 회사는 지금처럼 별도의 회사로 운영할 방침이다.
유통업계 역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M&A가 늘고 있다. 코카콜라 보틀러(제조·판매업체)인 코카콜라유러피언파트너스(CCEP)는 지난 10월 호주 코카콜라아마틸을 66억달러에 인수했다. CCEP는 독일, 스페인, 영국 등에 48개 공장이 있는 세계 최대 코카콜라 보틀러다. 아마틸은 호주, 뉴질랜드 등에 32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CCEP는 이번 인수를 통해 단숨에 남반구로 영역을 넓히면서 글로벌 공략에 확고한 발판을 다지게 됐다”며 “올해 호주 기업 M&A 중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편의점업계에서도 대형 M&A가 나왔다. 글로벌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일본 유통회사 세븐앤드아이(7&i)홀딩스는 8월 미국 정유사 마라톤페트롤리엄 산하 편의점체인 스피드웨이를 210억달러에 인수했다. 세븐일레븐은 미국에서 약 900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1위 업체다. 약 4000개 점포를 보유한 3위 스피드웨이를 인수함에 따라 ‘서클K’ 브랜드로 알려진 2위 업체 알리멘타시옹 쿠시타르(약 8000개)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