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내려준 커피…'비대면 입맛' 잡았다

코로나 시대의 유통…衣·食·住 벤처가 뜬다
(2) 협동로봇 카페 라운지랩

AI·빅데이터로 공간 혁명
알고리즘 통해 일관된 맛 보장
올해 전국 지점 7곳으로 늘어
라운지랩의 ‘바리스’는 고급 드립커피를 만드는 국내 최초 바리스타 협동 로봇이다.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는 서울 강남과 제주 애월 등에서 카페 라운지엑스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라운지랩 제공
한때 유통은 권력이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오프라인에서, TV홈쇼핑은 온라인에서 맹위를 떨쳤다. 요즘 이들의 권력이 예전만 못하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무섭게 그 빈 곳을 치고 올라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런 변화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의식주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스타트업에 2018년 이래 올해(10월 누계)까지 약 12조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한국경제신문은 얌테이블(1회)을 시작으로 벤처자금이 몰리고 있는 유망 의식주 스타트업 20개를 선정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거나 투자자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은 벤처기업들이다. 라운지랩(2회)은 의식주 영역에 기술을 접목한 ‘리테일 테크’를 대표하는 업체다.

올해 외식업은 배달이 지배했다. 눈 밝은 투자자들은 각종 배달앱과 공유 주방, 간편식 스타트업에 주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외식의 쇠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했다. 라운지랩은 이 같은 통념을 뒤집어보겠다는 스타트업이다. 소비자의 시간을 점령할 수 있는 외식 공간을 만들겠다는 게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의 목표다. KAIST 출신으로 인공지능(AI) 벤처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황 대표가 내세우는 무기는 ‘협동 로봇’이다.

언택트 시대에 공간혁신 ‘역발상’

지난달 26일 서울 신사동에서 열린 포르쉐 코리아의 신차 발표회장. 팝업 스토어(매장 내 매장) 한편에 로봇 바리스타가 등장했다.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하루 평균 200잔의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어준 로봇의 이름은 ‘바리스’. 라운지랩이 글로벌 로봇기업 유니버설로봇 ‘UR3e’를 개조해 만든 커피 로봇이다. 소비자가 주문하는 커피 종류에 맞춰 물을 붓는 속도와 움직임을 달리 할 수 있도록 AI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바리스는 1주일간 1500잔의 커피를 만들었다.

라운지랩은 미래형 오프라인 공간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카페, 정육점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소비 공간에 혁신을 불어넣고 있다. 모두가 언택트(비대면)와 배달에 매달리는 때에 오히려 오프라인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역발상 도전이다. 이런 도전 의식과 기술력으로 라운지랩은 지난해 설립과 함께 15억원을 투자받았다.

국내 최초 로봇 협동 카페

라운지랩의 경쟁력은 AI와 로보틱스, 블록체인 기술이다. 첫 번째 ‘작품’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로봇’이다. 국내 최초 로봇 협동 카페인 ‘라운지엑스’는 올 들어 전국 지점이 7개로 늘었다. 지난해 7월 선보인 서울 강남점에 이어 제주 애월점, 대전 소제점 등이 올해 새로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이후 외식업의 미래라는 평가 속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황 대표는 “바리스의 장점은 매번 같은 형태의 핸드드립을 수행하면서 일관된 커피 맛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일은 로봇에 맡기고 사람은 더욱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기술의 의미”라고 덧붙였다.라운지랩은 커피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칵테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AI가 운영하는 스마트 자판기인 ‘무인상회’도 개발 막바지다. 사용자 행동 인식 기술을 통해 물건을 집어가면 바로 결제되는 ‘그랩앤드고(grap and go)’ 경험을 선사한다는 구상이다. 선반에 설치된 이미지 인식을 통해 운영된다. 제품의 유통기한과 재고량 등을 파악해 스스로 할인 전략도 펼칠 수 있다. 황 대표는 “소비자가 직접 만지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오프라인 유통의 최대 장점”이라며 “오프라인에서의 구매 경험이 온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델을 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명이 특기…“세상 바꾸고 싶다”

황 대표는 특허 출원과 창업이 특기다. KAIST 문화과학기술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학창시절 300여 개의 특허를 출원해 ‘발명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여덟 번가량의 기술 이전과 회사 매각 경험도 있다. 그중 하나가 AI 스타트업 플런티다. 그는 2015년 플런티를 삼성전자에 매각했다.

황 대표는 “정육점같이 기술이 쓰이지 않던 영역에 기술을 접목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축산물 유통기업인 육그램의 공동창업자 겸 의장도 맡고 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