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고별방문차 한국 도착…'닭한마리' 식당 통예약 극진 대접

주재자 바꿔가며 외교장관 공관 등에서 3일 연속 만찬
내일부터 강경화·서훈·박지원·이인영 등과 줄면담…10일 강연 예정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8일 한국에 도착했다.사실상의 고별 방문으로 비건 부장관은 외교·안보 고위급 인사들을 두루 만나 양국이 미국 새 행정부에서도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이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후 4시 15분께 전용기로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도 대표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본격적인 일정은 9일부터로 그는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회담한 뒤 오후에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날 예정이다.

내년 1월이면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논의보다는 그간의 협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소회를 나누는 성격의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는 한편 바이든 정부에서도 한미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원활한 업무인계를 당부하는 데 논의의 방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방한 기간 외교부 외에도 부장관과 대북특별대표 업무를 수행하면서 소통했던 한국의 주요 당국자들과 두루 만나 마지막 인사를 할 예정이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개별로 만나 면담이나 식사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10일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조찬할 계획이다.같은 날 오후 2시에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강연한다.

그간의 대북 협상 소회를 공유하는 한편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고 협상 테이블에 조속히 돌아올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11일에는 한국을 방문 중인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한반도특사 및 이도훈 본부장과 오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슈테트 특사는 북미대화 진전을 위한 촉진자 역할을 해왔으며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마지막 북미 실무협상장에서도 목격됐다.

당시 실무협상이 결렬로 끝난 뒤로 북한은 비건 부장관의 여러 차례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비건 부장관을 위해 3일 연속 만찬을 여는 등 극진히 대접할 계획이다.

9일에는 2018년 8월 비건 부장관의 대북특별대표 임명 이래 호흡을 맞춰온 이도훈 본부장과 저녁을 함께한다.

10일에는 최종건 1차관이 비건 부장관의 단골식당을 통째로 빌려 '닭한마리'를 대접하기로 했다.

당초 통째로 빌릴 의도는 아니었으나 방역 지침 준수 차원에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려다 보니 전체 공간을 예약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는 한미 각 5명씩 총 10명이 참석한다.

마지막 저녁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챙긴다.

강 장관은 11일 한남동 장관공관에서 만찬을 주재하고 그간 한미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노력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부장관이 오는데 장관까지 나서서 잘해주냐'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지만, 떠나는 분에게까지 친절하게 대해줄 만큼 한미동맹은 소중하다"고 설명했다.비건 부장관은 12일 오전 일찍 출국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