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달랑 50분 논의하고…'기업 옥죄기法' 밀어붙인 巨與

상법·공수처법 개정안 법사위서 결국 단독처리

안건조정위 최장 90일인데, 공수처법 논의도 90분 만에 끝내
경제계 호소에도 '기업규제3법' 강행…"경제만 볼모로 잡혀"
與 "檢 힘 키워줘선 안돼"…공정위 전속고발권 유지로 선회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 위원장의 손을 잡고 말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두고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상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개혁’과 ‘공정’이란 명분 아래 진보 지지층이 입법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법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입법 독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면서 경제가 볼모로 잡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野 의원들 항의했지만…

민주당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후 2시40분 시작된 상법 안건조정위는 50분 만에 종료됐다. 이후 민주당은 오후 4시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평생 독재(정권의) 꿀 빨다가 상대당을 독재로 몰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곧바로 상법 개정안 토론을 이어갔지만, 회의장이 소란스럽자 토론을 곧장 종료시켰다. 토론을 시작한 지 2분 만이었다. 민주당은 이후 개정안을 바로 처리했다.민주당이 처리한 상법 개정안에는 경제계에서 반발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조항이 그대로 유지됐고, 여기에 모든 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 인정하는 안을 채택했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임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도 정부안 그대로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안에서 상장사 기준 지분 0.01%였던 다중대표소송 원고 자격 기준을 0.5%로 강화했다. 비상장사의 경우 1% 지분을 보유해야 다중대표소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경영권 위협뿐만 아니라 과도한 소송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무위원회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처리했다. 내부거래 규제 대상 확대 등 정부안이 대부분 반영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만 무산됐다. 개정안에는 일반 대기업 지주회사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제한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에선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찬성을 얻기 위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가 곧이은 전체회의에서 유지로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꼼수’를 썼다.

與, 정상적 심사 절차도 무시

민주당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법상 정상적인 입법 절차도 무시했다. 상법 개정안에 앞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키기 위해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기습 상정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안건조정위를 신청했다. 국회법상 이견이 있는 법을 별도로 논의하는 안건조정위는 최장 90일까지 운영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안건조정위가 열린 지 1시간30분 만에 논의를 마쳤다. 안건조정위원 6명 가운데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여권 소속 의원 4명이 찬성 통과를 의결하면서다.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안 의결에 앞서 ‘비용추계서 생략’ 의결도 건너뛰었다. 윤 위원장은 개정안이 통과된 뒤에야 뒤늦게 “공수처법 의결에 앞서서 비용 추계를 생략하는 의결을 해야 했는데 옆에서 시끄럽게 하셔서 생략했다”며 비용추계서 생략을 의결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윤 위원장의 진행에 맞춰 기립으로 찬성을 표명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국민의힘은 9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늦어도 10일부터는 순차적으로 이들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조미현/이동훈/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