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더해야 하는데 아쉽죠" 불 꺼진 학원가 '썰렁'

독서실·스터디카페도 9시 영업종료…일부 입시 수업만 제한적 진행
"저녁 먹고 본격적으로 집중할 시간에 집에 가야 하니까 아무래도 아쉬워요. 집에서는 공부가 잘 안 되더라고요.

"(고등학교 2학년 임모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첫날인 8일 저녁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는 평소와 달리 적막한 분위기였다.

이날부터 3주간 일부 대입 관련 수업을 제외한 모든 학원의 운영이 중단되면서 대치동 골목골목에 빼곡히 들어찬 보습학원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독서실·스터디카페 등 일반관리시설은 밀집도를 낮추고 주기적인 소독을 하면서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이날 오후 9시께 가방을 메고 독서실에서 나오던 박모(17), 유모(17) 양은 "시험기간이라 공부량이 많은데 9시에 일어나야 해서 공부 흐름이 끊긴다"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긴 한데 시험이 끝날 때까진 독서실을 다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논술·구술 등 2021년도 대입 전형에 대비하는 학원에서도 수업을 마친 수험생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나왔다. 자녀를 데리러 나온 학부모 차량이 몰리며 잠시 거리가 혼잡해지긴 했지만 학생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 이내 다시 한산해졌다.

면접 대비 '파이널 수업'을 듣고 나오는 길이라는 안모(18) 양은 "수업 시간이 모두 9시 이전으로 조정돼 크게 불편함은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에 입시를 치르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한 대형 보습학원은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을 위한 교재를 1층 로비에 쌓아두고 학생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 김모(50) 씨는 "아들 과학 수업 자료만 가져가려고 잠깐 들렀다"며 "평소 같으면 이 시간대에 길이 완전히 막히는데, 다른 학년이 학원에 올 수 없어서 비교적 한산한 것 같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의 대학가도 상점과 각종 시설이 모두 문을 닫았다.

한 PC방은 오후 8시 57분부터 게임을 하던 손님들을 모두 내보내고 건물 출입로를 막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크게 줄어든 탓에 전체 좌석은 370여 석이었으나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열댓 명에 불과했다.

올해 수능을 치른 A(18) 씨는 "올 사람은 낮에 다 오는데 밤에 이용하지 못하게 막는 게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성인이 됐는데 9시만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인근 스터디 카페들 역시 9시가 되자 모두 영업을 마치고 셔터를 내렸다. 근처에서 집 가는 택시를 기다리던 대학생 구모(23) 씨는 "요즘 대학 시험이 몰려있는 기간이라 지금 집에 가려니 매우 아쉽다"며 "별수가 없으니 최대한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