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영 LUX랩 대표 "열정 있으면 대학생도 CES 수상 가능하죠"

CES 혁신상 받은 대학생 CEO

군복무 마치고 올해 3학년 복학
4차 산업혁명 핵심 LiDAR기술로
세계 최대 전자쇼 CES서 '혁신상'
"원천기술 확보 선구자 되겠다"
“나이가 어린 건 창업할 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결국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에 CES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17일, 한양대 화학공학과 3학년 재학생인 변주영 씨(23·사진)에게 영어로 된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그가 올해 학교에서 개발한 두 개의 전자제품이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1’에서 혁신상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CES 혁신상은 혁신성을 인정받은 전자제품에 주어지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보통 기술력이 높은 대기업이나 대학 연구팀이 받는 게 일반적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변씨는 대학 캠퍼스 한 건물 지하에서 창업한 회사 럭스랩(LUX Lab) 대표로 참가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7일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변 대표는 “지난해 말 군 복무를 마치고 1년 정도 연구해 개발한 기술이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변 대표가 CES 2021에 내놓은 두 기기는 모두 라이다(LiDAR)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다. 라이다 기술은 레이저를 발사해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로, 자율주행 및 증강현실(AR)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변 대표는 라이다 기술을 통해 손동작만으로 샤워기의 수온과 수압을 원격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LUX D102)을 개발했다. 손을 뻗어 좌우로 움직이면 온도가 달라지고, 상하로 움직이면 수압이 달라진다.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의 동작 센서는 물이 묻으면 오작동이 일어나 샤워실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는데, 변 대표는 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라이다 기술 특성을 활용해 이 같은 제약을 극복해냈다. 변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스마트홈 부문과 접근성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혁신상을 받은 또 다른 제품은 거북목 자세를 측정하는 ‘넥케어’다. 라이다 기술로 사람의 턱과 얼굴 위치, 각도 등을 분석해 목을 심하게 구부리면 경고음을 낸다. 이 기기는 스마트시티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변 대표는 “학교의 도움이 없었다면 혁신상은커녕 제품을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 제품화 과정, 사업화 과정에서 대학의 물적 지원과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는 변 대표가 개발한 기술의 국내특허 및 국제특허(PCT) 출원 비용을 대신 지급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변 대표가 성공 가도만을 달려 온 것은 아니다. 럭스랩은 변 대표가 네 차례의 실패 끝에 다섯 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변 대표는 “라이다 기술이 아직은 신생 기술인 만큼 혁신상 수상을 계기로 계속 연구개발에 집중해 라이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