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3만 中企人 호소 "52시간·중대재해법, 안 멈추면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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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근로 중기 84% 준비 안돼
조선·건설·뿌리산업만이라도
계도 기간 연장 조치 절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6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9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중소기업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올해 말로 끝나는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을 조선·건설·뿌리산업 등에서만이라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 등의 처벌 수위를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재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여성벤처협회 등 16개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함께했다.
벼랑 끝 中企 "코로나 잡힐 때까지 주52시간 연기를"
중소기업계는 조선·건설·기계설비 등 연장 근로가 빈번한 수주업계에선 내년부터 300인 이하 사업장에 전면 적용되는 주 52시간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달홍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장은 “건설업계의 주당 근로시간은 68시간인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공기가 30% 이상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준공일을 지키기 위해 30%의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인력 도입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전체 중소기업의 39%는 아직 (주 52시간제) 준비가 안 됐고, 주 52시간 초과 근로를 하는 업체 가운데선 83.9%가 준비를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과 근로가 불가피한 업종은 코로나19 종식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나머지 업종에는 현장 컨설팅 등을 통해 처벌 대신 시정과 지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91%가 ‘내년 주 52시간제를 준수할 수 있다’고 응답한 고용노동부의 주 52시간 실태 조사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고용부가 내년 중소기업에 주 52시간제를 강행해도 문제가 없다며 근거로 내놓은 자료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고용부 조사는 장시간 근로하는 업종인 제조업 비중이 31.9%로 중기중앙회 조사(70%)에 비해 한참 낮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고용부 조사의 응답률이 60.8%로 낮은 것은 응답을 회피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중소기업계는 정치권에서 입법을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상당수 중소기업을 문 닫게 할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망 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게 2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상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사업주라는 이유만으로 최소 2~3년 이상 징역을 받으면 누가 사업하려 들겠냐”고 반문했다. 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선 산업안전보건법상 1222개 의무사항을 지켜야 한다”며 “중소기업 현장의 현실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0.3%는 코로나19로 올해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다수 중소기업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전년도 매출 비중이 큰 신용평가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존 방식대로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금융사의 대출금리 인상이나 만기 연장 거절 등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다.
민경진/안대규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