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선별진료소에 익명검사까지…'숨은 감염자' 찾기 총력

정은경 질병청장, 긴급 점검회의서 수도권 진단검사 확대 계획 보고
서울역 등 150여곳에 임시 선별진료소·3주간 집중검사 기간…내일 세부계획 설명
갈수록 악화하는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누그러뜨리려 방역당국이 '숨은 감염자'를 찾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다.여기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확산세를 꺾지 않으면 방역대응은 물론 의료 체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방역당국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감염 확산세를 통제하려면 검사를 선제적으로, 더 넓게 진행해야 한다고 보고 '익명 검사' 카드를 비롯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일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회의'에서 수도권 진단검사 확대 및 역학조사 강화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정 청장은 이 자리에서 "수도권의 잠재된 감염원 차단을 위해 젊은 층이 모이는 대학가, 서울역 등 150여 개 지역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집중 검사 기간을 3주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서울 69곳, 경기 110곳, 인천 32곳 등 총 211곳의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다 150여 곳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추가로 설치해 진단 검사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미이다.특히 정 청장은 "개인 휴대전화 번호만 제공하면 증상, 역학적 연관성을 불문하고 누구나 익명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낙인 효과'를 우려한 검사 기피를 예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 검사는 지난 5월 서울 이태원 클럽 일대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당시 도입된 바 있다.

혹시 모를 불안감에 신분 노출을 꺼리는 이들에게 자발적으로 검사에 참여해달라고 독려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검사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한 점 역시 검사 대상자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다.

기존의 비인두도말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콧속 깊숙이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한 뒤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방식인데, 정확도는 높지만 5∼6시간 정도 소요되고 검사 과정에서 불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타액을 별도 검체 통에 뱉는 '타액 검체 PCR' , 30분 정도면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 검사' 등을 함께 진행하며 검사 참여자가 자유롭게 검사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방역당국 계획이다.

그간 방대본은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고 검체 채취가 어렵다는 이유로 신속 항원 검사를 진단 검사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앞으로 3주간은 이런 검사법까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이 이처럼 검사 수 및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은 수도권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날 0시 기준 일일 신규확진자 총 686명 가운데 수도권의 지역발생 확진자는 서울 264명, 경기 214명, 인천 46명 등 총 524명을 기록했다.

수도권 지역발생 확진자가 500명대로 올라선 것은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이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8월 27일(441명 중 수도권 313명)보다도 200명 이상 많다.

이 같은 확진자 증가세는 방역 대응과 의료체계 전반에 큰 부담을 안긴다.

중수본 등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코로나19 중환자가 입원 가능한 병상은 전국에 43개로, 가동률이 이미 92%를 넘어섰다.

수도권에 남은 중환자 병상은 서울, 경기, 인천을 모두 합쳐도 12개뿐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3차 유행의 중심지역인 수도권에서 코로나19 유행의 확산 폭이 더욱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수도권의 감염 위험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방역당국은 이르면 10일 오후 열리는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어디에 임시 선별진료소가 설치될지, 검사 참여자들이 어떻게 검사 방법을 선택할지 등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방침이다.질병청 관계자는 "내일 (오후에 열리는) 브리핑에서 관련된 설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