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수사 6개월째…펀드사기·로비 의혹 규명 `답보'

이낙연 측근 사망에 중앙지검 지휘부 혼돈…수사 악영향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수사가 반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의 핵심인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경영진 4인방과 핵심 브로커들의 신병을 확보해 대부분 재판에 넘긴 상태다.

하지만 이들이 이 돈을 모으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각종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 수사는 안갯속에 빠졌다.

특히 옵티머스 관련 수사를 받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 숨지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극한 대립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지휘부가 혼돈에 빠지면서 수사는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 투자자 돈 1조2천억 모아 엉뚱한 곳 투자
검찰의 옵티머스 수사는 지난 6월 22일 NH투자증권 등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들이 옵티머스 관계자들을 사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수사 결과 옵티머스는 환매가 중단된 펀드를 포함해 2018년 4월∼2020년 6월까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2천900명으로부터 1조2천억원을 끌어모아 실제로는 부실채권 인수·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지난 7월 김 대표와 2대 주주인 이동열 이사, 이사인 윤석호 변호사, 옵티머스 사건의 설계자로 알려진 스킨앤스킨의 고문 유모씨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옵티머스 금융사기 사건 수사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다.

그사이 검찰 인사로 수사팀도 조사1부에서 경제범죄형사부로 바뀌게 됐다.
◇ 옵티머스 브로커들 줄줄이 구속
수면 아래로 가라앉던 옵티머스 수사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지난 10월 이른바 `펀드 하자치유 문건'이라 불리는 옵티머스 내부 문건이 언론에 알려지면서다. 해당 문건에는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해 있다' `문제가 불거질 경우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등 정치권 로비가 이뤄졌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윤 변호사의 아내인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옵티머스의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옵티머스 관계사들에도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에 대한 부실 수사 비판이 들끓었다.

이에 법무부는 특수·금융 전문 검사 5명을 파견하는 등 총 18명의 검사를 옵티머스 수사팀에 배치해 본격적인 정·관계 로비 수사에 들어갔다.

이후 검찰은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와 `신 회장'으로 불린 전 연예기획사 대표 신모씨, 또 다른 브로커 김모씨 등 옵티머스의 핵심 브로커들을 붙잡아 구속했다.

◇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
하지만 옵티머스 로비 대상자로 의심받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로비를 한 사람들은 구속됐지만, 로비를 받은 사람들의 수사는 미진한 것이다.

이 전 행정관과 김 대표에게 금융계 인사들을 연결해주고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윤모 전 금감원 국장, 정 전 대표에게 금품을 받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자금을 투자했다는 의혹이 있는 최모 전 전파진흥원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교착상태다.

옵티머스 김 대표로부터 용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민정수석실 수사관 수사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옵티머스 문건에 등장하는 고문단에 대한 수사도 진척이 없다.

문건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이 고문단으로 활동하며 회사가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조언하고 민원을 해결해준 것으로 나온다.
◇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아노미'…연내 수사 어려워
검찰은 최근 옵티머스 핵심 브로커들의 신병을 확보해 로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이 와중에 지난 2일 옵티머스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측근 이모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씨는 지난 4.15 총선에서 이 대표의 종로 선거 사무실을 운영하며 옵티머스 관계사인 트러스트올로부터 사무소 복합기 사용요금 76만원을 대납받은 혐의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됐다.

이 밖에 검찰은 옵티머스 브로커로부터 `이 대표의 서울 사무실에 1천여만원 상당의 가구·집기를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이 대표 측에 대한 옵티머스의 로비 의혹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씨가 사망하면서 관련 수사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윤 총장은 이씨 수사 과정에서 강압수사 등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윤 총장의 직무배제 사태 후유증으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혼돈에 빠진 상황도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1∼4차장과 공보관 등 핵심 지휘부는 이성윤 지검장에게 일련의 사태들과 관련해 용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의 모든 검사가 이 지검장에게서 등을 돌린 상황"이라며 "이 지검장이 사실상 식물 상태여서 주요 사건들에 대한 수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