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비토권' 빼고 강행...내년초 '거대 권력기관' 공수처 출범

[면접 시사상식 : 공수처법 개정안]
'공수처장 정치적 독립성 상실' 비판
與 "기소독점권 깨 검찰개혁 하겠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0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본회의에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위선정권 막장정치 민주당에 경고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처리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습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에도 개정안은 여당의 일방처리로 이르면 내년 1월 공수처가 출범할 예정입니다. ‘공수처법 개정안‘, 그리고 ‘공수처’가 도대체 뭐길래 모든 뉴스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걸까요?


야당 ‘비토권’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의 핵심은 공수처장을 임명하는데 야당의 동의가 필요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개정안은 공수처장 결정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6명에서 5명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또 정당이 열흘 안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대신 학계 인사 등을 추천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습니다. 공수처장 임명은 공수처 추천위원 7명이 처장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2명 중 한명을 결정하는 절차를 가집니다. 추천위원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공수처법은 법무부장관이 1명, 법원행정처장이 1명, 대한변호사협회가 1명, 여당이 2명, 야당이 2명의 추천위원을 뽑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존 법안은 이러한 7명 중 6명의 동의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선출하게 됩니다. 즉, 야당이 추천한 2명이 추천위원으로 있기때문에 야당 동의 없이는 공수처장이 선출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개정안으로 앞으로는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나머지 추천위원끼리 공수처장 후보를 결정할 수 있게됩니다.

야당이 거칠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공수처 자체를 반대하는 야당으로서는 처장의 임명에 있어서도 아무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개정안을 결코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야당은 필리버스터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은 막지 못했습니다.

與 "검찰개혁 필요"vs 野 "대통령 권력기구"

그렇다면 야당은 왜 그렇게 반대하며 또 여당은 무엇때문에 일방처리까지 하면서 '공수처'를 통과시키려 할까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말 그대로 고위공직자만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범죄를 포착했을때 기소까지 할 수 있는 기관입니다. 그동안 고위공직자는 물론 모든 범죄의 수사와 기소는 검찰이 담당했습니다. 뉴스를 보다보면 더불어민주당 인사의 입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말을 들어보신적이 있을겁니다. 맞습니다. 공수처는 민주당이 매번 밝히고 있는 ‘검찰개혁’의 핵심입니다. 검찰이 가지고 있는 기소독점권을 깨겠다는 의도입니다. 민주당은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찰의 기소독점이 그동안 커다란 폐혜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권력자에 대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소하지 않을 일을 기소하거나 반대로 기소해야할 일을 봐줬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검찰의 이러한 '정치검찰' 행태가 도를 넘었고 이를 막기위해서는 공수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야당은 공수처의 구체적인 모습을 들여다보면 여당이 말하는 권력분산은 이룰 수 없다고 보고있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는 기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공수처가 실제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중립적 기관이 되려면 구성 역시 '중립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 역시 여당 주도도 이뤄지는 것은 물론 결국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결코 중립성을 담보 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는 공수처장이 결국 공수처를 이끌게 될 거라는 겁니다.

문제는 공수처의 ‘수사범위’ ‘기소권’ ‘강제이첩권’

공수처의 중립성 이외에도 야당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크게 공수처의 수사범위, 기소권, 강제이첩권 3가지입니다. 먼저 공수처의 수사범위를 두고 이견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와 고위공직자 가족의 뇌물공여, 폭행, 가혹행위 등 개인적 일탈 뿐 아니라 직무를 수행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직무상 위법'까지 수사할 수 있습니다.

여당은 과거 고위공직자의 직무범죄가 만연했던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크고, 자연스레 이런 역할을 할 공수처에 광범위한 권한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실형을 살고 있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들의 위법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며 공수처 같은 기관이 있었다면 과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야당은 공수처가 개인적 부패 범죄를 넘어 직무상 위법까지 수사하는 경우 권력자의 ‘사찰기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비리범죄등에 비해 직무상 위법의 경우 자의적 법적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직무상 위법 문제를 대통령과 가까운 공수처가 다룰 경우 반정권 인사에겐 엄격한 법적용을, 친정권 인사에겐 너그러운 법적용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수처에 기소권과 강제이첩권을 부여하는 것을 두고도 여야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검찰과 마찬가지로 기소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판사나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에 대해서만 기소가 가능합니다. 여당은 공수처에 기소 권한이 없다면 할 수 있는 게 없는 형식적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야당은 공수처가 기소권한을 가지는 건 전세계 어떤 국가에서도 없을뿐더러 헌법에도 반하는 기형적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홍콩의 '염정공서'나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을 모델로 삼고 있는데 이 두 기관 모두 기소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야당은 해외사례에도 없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친위기구가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하던 사항을 공수처가 강제로 가져와 대신 수사할 수 있는 '강제이첩권'은 가장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는 부분입니다. 여당은 강제이첩권이 있어야만 검찰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른바 '덮으려는' 사건을 공수처가 가져와 수사할 수 있고, 이래야만 비대화된 검찰의 '정치검찰' 행태를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야당은 권력자를 위한 '사찰기구화'의 핵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이 타깃으로 하고 있는 친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를 강제로 가져와 사건을 묻는게 가능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에 있어 여당의 시선은 '검찰'에 가있고, 야당은 '정권'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향후 공수처 구성·운영은?

어찌됐든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로 내년 1월이면 공수처가 출범할 예정입니다. 마지막 관문인 공수처장 국회 인사청문회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역시 시간의 문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한 이후에는 차장, 검사, 수사관 인선이 차례대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공수처는 100명이 안되는 숫자의 소수 조직으로 운영됩니다. 검사는 처·차장을 포함해 25명 이내, 수사관은 40명 이내로 제한되고 사무직원 역시 20명에 불과합니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중앙행정기관 정무직, 청와대·국가정보원·감사원 등 3급 이상 공무원, 장성급 장교, 광역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등 약 7000명이 넘는 고위공직자들입니다. 또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역시 수사대상에 포함됩니다.여당의 '기대'와 야당의 '우려'속 출범하는 공수처가 실제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될지는 아직까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출범 후에도 냉철한 감시와 관심이 필요하다는건 분명해 보입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