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시장 '후끈'…사상 첫 1조원 시대 열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 하남에 있는 복합쇼핑시설 스타필드 하남. 이곳에 들어선 보일러 전문기업 경동나비엔의 체험형 매장은 올해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를 체험하려는 소비자들이 잇따르면서 올해 1~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10일 "올 봄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법으로 의무화된 이후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변했다"며 "국내 보일러 시장에 모처럼 큰 장이 섰다"고 반겼다.

◆사상 첫 1조원 시장

국내 보일러 시장은 1990년대 성장기를 거쳐 2000년대 초 성숙기에 진입했다. 이후 건설 경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연간 120만~130만대 시장을 형성했다. 이 가운데 80~90%가 교체 수요였을 정도로 시장은 포화 상태였다. 금액 기준 시장 규모도 지난해 약 8000억원(업계 추산)으로 전년에 견줘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그랬던 보일러 시장이 올해 달아올랐다. 사상 처음 1조원대 시장을 이룰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 통과된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이 불을 댕겼다. 이 법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한 게 골자다. 콘덴싱보일러는 물을 데운 고온의 배기가스를 바로 배출하는 대신 재활용한다. 에너지 효율이 97%로 일반 보일러 대비 최대 15% 포인트 정도 높다. 그런 만큼 가격도 20만~30만원 비싸지만 중앙 및 지방 정부가 함께 20만원을 지원하는 식으로 보급 확대에 팔을 걷었다.

◆제품·서비스 차별화 경쟁

양대 보일러업체인 경동나비엔과 귀뛰라미를 비롯한 보일러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만족시키기 위해 차별화된 성능 및 가격의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져나와 통상 2~3년이던 업계의 신제품 출시 주기가 최근 1년 이하로 단축됐다"며 "소비자도 설치업체 추천을 받던 관행에서 벗어나 꼼꼼히 따져보고 체험도 하는 식으로 보일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경동나비엔은 쇼핑몰을 통해 '나비엔 콘덴싱보일러 NCB500시리즈' 등의 표준설치가를 공개하고 소비자와 가까운 파트너 대리점을 연결하는 식으로 간편한 설치를 돕고 있다. 귀뚜라미는 신제품 '거꾸로 뉴 콘덴싱 프리미엄'을 사면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올해 말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이런 영향으로 전체 보일러 가운데 지난해 30~40%였던 콘덴싱보일러 비중이 11월 말 기준 80%선까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목 쏠린 롯데 보일러

업황이 이럼에도 롯데알미늄이 지난 10월 보일러 사업을 접기로 결정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달 31일까지만 영업을 하고 손을 떼겠다고 전국 120여개 대리점에 알렸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보일러 시장이 더 달아오르는 또 다른 이유다. 롯데의 설비와 영업권 등 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적잖은 판도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관계사 롯데건설의 아파트 특판용으로 버텨오다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매해 몇 만 대가량 중국에 수출도 했기 때문에 주목 받기 마련"이라고 했다.

현재 보일러 업계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에 이어 린나이코리아가 3위를 기록 중이다. 대성셀틱에너시스, 알토앤대우, 롯데알미늄이 4위권에서 경합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대성셀틱에너시스가 롯데 사업부를 인수하면 린나이코리아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