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공포? 오히려 집값 끌어올린다" [집코노미]
입력
수정
양도세 중과로 팔고 싶어도 못 팔아종합부동산세 납부 기한이 다가오면서 내년 보유세에 대한 공포가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높아진 세금 부담이 시장에 매물을 유도해 집값 하락을 이끌기보단 오히려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매각할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세금이 낼 수밖에 없는 상수가 될 경우 결국 향후 거래비용에 녹아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래 매각가격도 세금만큼 오를 것"
10일 국세청에 따르면 종부세 납부 기한은 이달 15일까지다. 올해 종부세 고지세액은 4조26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9200억원(28%)가량 늘었다. 고지서를 받은 집주인도 14만9000명(25%) 늘어난 74만4000명이다. 내년엔 더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시가격의 시세반영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르는 데다 세율까지 최고 두 배 수준으로 인상되기 때문이다.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가 부담스러운 집주인들은 통상 과세기준일(매년 6월 1일)까지 집을 매각한다. 이날 기준 소유자가 한 해의 보유세를 모두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매년 3~5월께 보유세 절세를 위한 급매물이 늘어나는 탓에 주택시장에선 수년째 ‘상저하고(상반기 하락·하반기 반등)’의 장세가 굳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높은 보유세를 부담하는 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16 대책’으로 종부세율 인상이 예고된 이후에도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보유세가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는 시장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민 서울대학교 교수(환경대학원)는 보유세가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부 현금이 부족한 집주인들은 매각하겠지만 미래의 가격상승분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많을 것”이라며 “‘뉴 노멀’로 인식하고 보유를 선택하는 움직임이 늘어난다면 결국 매각가격도 그만큼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보유세 부담을 올리는 건 다주택자들을 압박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세금을 버티지 못하게 된 이들이 집을 팔아야 집값이 잡힌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정작 다주택자들은 집을 파는 게 쉽지 않다. 양도소득세 중과 때문이다.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는 집을 팔 때 최고 62%의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내년 6월 1일 이후부턴 75%까지 오른다. 매각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취득세와 양도세, 보유세까지 한꺼번에 인상돼 세금은 절세가 아닌 감내하는 것이 돼버렸다”며 “거래와 관련한 큰 비용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원가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종부세를 내야 하는 아파트는 늘어나는 추세다. 1주택자(단독명의) 종부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서울 전체 아파트의 11%(28만 가구)다. 전년 대비 8만 가구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강남구(53%·8만8000가구)와 서초구(51%·6만3000가구)는 절반 이상의 아파트가 종부세 과세 대상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