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이 아려오는 가족영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영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이 떠올라 가슴 한쪽이 뜨끔하고 아려오는 영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4남매의 장남으로 동생들을 돌봐온 장피에르. 그는 유산한 여동생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오빠이자, 소심한 남동생의 연애사를 걱정해주는 세심한 형이다. 또 사진작가를 꿈꾸는 막내 여동생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든든한 오빠기도 하다.

한때 연극배우를 꿈꿨지만, 지금은 세일즈맨으로 살아가는 장피에르. 그는 젊은 시절의 연인을 다시 만나면서 버려진 과거의 꿈과 지나가 버린 시간을 마주한다.

무기력한 그의 삶에 유일한 의미는 가족이지만, 가족들에게는 그의 존재가 희미하기만 하다.
영화는 그가 느끼는 쓸쓸함을 담담하게 전한다.

극적인 사건도 없고, 손가락질할만한 악역도 등장하지 않는다.

평범한 가족 구성원 각각의 일상 속 기쁨과 슬픔을 짜임새 있게 풀어간다. 그래서 이들을 묵묵히 돌봐온 장피에르가 느꼈을 외로움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가족에 대한 그의 희생과 지원은 어느새 당연해졌고, 그의 관심은 부담이 됐다.

급기야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에서 드러난 이들의 균열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장피에르의 외로움을 터트리는 계기가 된다. 동생들의 눈에 장피에르는 주말에 바비큐나 구우며 재미없게 살아가는 세일즈맨에 불과하다.

주말 등산을 함께 하자는 그의 제안은 귀찮은 약속으로 치부된다.
어두운 조명 속 홀로 앉아있는 장피에르. 그의 외로움에 공감이 가는 까닭은 누구나 한 번쯤 가족을 번거로운 존재로 여기며 그들의 고마움을 당연시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그 쓸쓸함을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장피에르 역을 맡은 장 폴 루브(Jean-Paul Rouve)의 절제된 감정 연기도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는 겉으로 드러내는 감정 표출 없이도 다정함 속 감춰진 내면의 쓸쓸함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가족, 친구들과 어울려 호탕하게 웃다가도 외로움과 마주한 복잡한 감정을 표정에 섬세하게 담아낸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장피에르와 가족들의 감정선을 끌고 가는 탄탄한 서사다.

영화는 안나 가발디의 데뷔작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1년 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프랑스에서만 190만 부가 판매된 작품이다.

원작의 힘 덕분인지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법한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란 감정을 정확하게 자극한다.

장피에르 가족의 일상을 통해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상기시킨다. 오는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