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로 막 내린 21대 첫 정기국회…"민생 뒷전"

'우분투 협치' 기대됐지만 與공수처법 강행으로 극한 대치
코로나19 추경·예산안 합의 처리는 성과

21대 첫 정기국회가 지난 9일 100일간의 대장정을 종료했다.역대 최대 규모인 558조원 규모의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 시행 첫해인 2014년 이후 6년 만에 법정 시한 이내에 처리하는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정기국회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막을 내렸다.

권력 기관 개혁을 두고 여야의 극한 갈등이 이어지면서 정작 중대기업재해처벌법과 같은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미뤘다는 비판을 받는다.
◇ '우분투'로 시작한 정기국회…공수처법 대립으로 또 협치 실종

지난 9일 2일 문을 연 정기국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입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됐다.

이낙연 대표는 같은 달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의미의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 '우분투'를 언급하며 여야의 협치 기대감도 높였다.일단 여야의 협치는 예산 측면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경안은 여야 합의로 역대 최단기간 내 처리됐다.

코로나19 백신 예산 등이 담긴 55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도 지난 2일 법정 시한 내에 처리하는 모습도 보여줬다.하지만 공수처법 등 개혁 입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는 이러한 협치 분위기를 금세 얼어붙게 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4차례 열어 후보를 도출하고자 했으나 야당의 '비토권'으로 끝내 불발됐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절차를 강행하며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결국 야당은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공수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들어가는 파열음으로 이어졌다.
◇ 또다시 뒷전으로 밀린 민생법안…공정3법은 여당 내서도 비판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총 400건에 달하는 법안을 가결했지만, 공수처 갈등 속에서 정작 민생 법안은 외면했다.

입법의 첫 문턱인 법안소위도 여당의 중점법안이 걸린 상임위에 집중됐다.

총 28개 법안소위가 정기회 100일간 평균 4.5회 열렸지만 법사위(8회), 행안위(1소위 13회·2소위 7회), 정보위(7회) 등에선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복지위(1소위 3회·2소위 2회), 과방위(정보통신방송소위 3회·과학기술원자력소위 4회), 산자위(중소벤처기업소위 4회·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 4회), 교육위(4회) 등 중점 법안이 없는 곳은 법안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노동자의 사망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기업을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막기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환경미화원 등 필수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필수노동자보호법 등은 본회의에 부의되지도 못했다.

대표적인 개혁 법안인 공정경제 3법을 두고서는 "입법 취지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여당 내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이날부터 시작하는 12월 임시국회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처리되지 못했던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한다.국민의힘은 국정원법과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기에 정국 냉각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