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아파트값…서울·지방 가리지 않고 신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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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상승률 0.27% 역대 최고전국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서울 강남과 강북, 지방 광역시와 중소도시 등을 가리지 않고 신고가 거래가 터지고 있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0.27%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달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 등을 담은 ‘11·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상승세를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있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에 따른 전세난과 비규제 지역 ‘풍선효과’, 재건축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압구정 현대 160㎡ 42억8천만원
재건축 기대감에 최고가 뚫어
지방은 규제지역 인근 '풍선효과'
'11·19 부동산 대책' 약발 안 통해
○압구정 재건축발 상승 확산
서울에선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가 시세를 이끌고 있다. 압구정 6개 구역 중 5개 구역이 조합설립 요건(주민동의율 75% 이상)을 충족하자 재건축 기대감에 최고가가 속출하고 있다.압구정 현대2차 전용면적 160㎡는 지난달 신고가인 42억8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직전 거래가보다 8000만원이 뛰었다. 신현대9차 전용 111㎡는 지난달 28억원, 현대7차 전용 245㎡는 지난 10월 67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뚫었다. 압구정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2~3주간 30건 넘게 거래가 이뤄졌다”며 “호가가 지난달보다 1억원 넘게 올랐고 매수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발 상승은 강남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전용 156㎡는 최근 44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가보다 3억9000만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98㎡ 매매가격도 신고가인 48억원을 기록했다.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10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7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 대비 0.05%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0.01%포인트 상승폭을 키웠다. 송파구(0.04%)와 서초구(0.03%)의 오름폭도 컸다.
중저가 아파트들의 신고가가 잇따르면서 비강남 지역인 노원구(0.05%), 동대문구(0.04%), 광진구(0.04%) 등도 강세였다.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0.03%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개포·압구정·상계 등 정비사업 진척 기대가 있는 지역과 중저가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선 ‘풍선효과’ 커져
지방에선 규제 인근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대구 수성구 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자 옆동네 아파트값이 치솟고 있다. 지방광역시 집값은 이번주 0.50% 오르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부산, 울산 등에선 1주일 만에 2억원 가까이 뛴 단지까지 나오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피한 부산 강서·사하·부산진구 등이 대표적이다. 강서구 명지동 ‘퀸덤1차링컨타운’ 전용 116㎡는 지난달 18일 신고가인 5억3500만원에 매매 거래됐는데 불과 1주일 뒤인 지난달 25일 7억원에 팔렸다. 지난달 18일 3억9000만원에 매매됐던 사하구 ‘다대롯데캐슬블루’ 전용 84㎡는 지난 2일 5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울산에선 남구 야음동 ‘번영로두산위브’ 전용 84㎡가 지난달 초 7억7400만원에 팔리며 처음으로 매매가 7억원을 돌파했다. 2주 뒤인 지난달 21일엔 8억6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대구 달서구 상인동 ‘상인자이’ 전용 146㎡는 10월 7억60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는데 지난달엔 9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달서구 유천동 ‘현대아이파크’ 전용 84㎡도 지난 5일 신고가인 6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며 한 달여 만에 9000만원 뛰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규제지역 인근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풍선효과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정연일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