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이자 백신 승인 임박…이르면 내주 접종

FDA 자문위, 긴급사용 권고
승인땐 의료종사자부터 접종
모더나 등 심사 줄줄이 대기
"내년 가을 코로나서 탈출할 것"

기업들, 백신접종 전방위 지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 정부가 화이자의 백신 긴급사용 승인에 필요한 중대 절차의 첫 단계를 승인함에 따라 접종을 향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르면 다음주 초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긴급사용 승인 줄줄이 이어질 듯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는 이날 8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화이자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FDA에 권고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17명, 반대 4명, 기권 1명이었다. 16세 이상이 백신을 접종할 때의 효능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보다 더 크다는 점에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접종하려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가 백신을 권고할지, 누구에게 접종할지 등에 대해 투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투표는 13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후 FDA의 긴급사용 승인이 떨어지면 미 행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에 따라 24시간 이내에 화이자 백신은 미국 전역으로 배송 및 분배된다. 미국은 영국, 바레인,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백신을 승인한 국가가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르면 다음주 초 보건의료 종사자와 요양원 거주자 등 우선 접종 대상자부터 백신 주사를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이자는 16세 미만, 임산부, 면역 손상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하지 않았다. 오는 17일에는 모더나가 신청한 백신 긴급사용 승인 안건을 심사하는 FDA 자문위 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후엔 존슨앤드존슨,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백신의 심사도 줄줄이 이어진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속도라면 내년 가을께 전염병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접종 거부·방역 피로 첩첩산중

주요 기업도 백신 접종을 돕기 위해 나섰다. 미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전국 5000여 개 매장 내 약국에 백신 유통을 위한 냉동고와 드라이아이스 등을 비치했다. 백신 접종을 지원할 의료 직원들도 상주할 예정이다. 톰 밴 길더 최고의학담당자(CMO)는 “미국인의 90% 이상이 월마트로부터 10마일(16㎞) 내에 거주한다”며 “미국인들이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월마트는 약국과 장기 요양시설 등에서 접종할 수 있도록 주 정부들과 협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UPS, 페덱스 등 주요 택배업체는 연말 물류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도 백신 배송에 주력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초고속 작전 협력사인 택배회사들은 GPS(위치확인시스템) 추적, 특수 라벨, 항공기·트럭 적재권 등에서 수백만 회분의 코로나19 백신 배송에 최우선 순위를 둘 예정이다. 드라이아이스가 담긴 특수 상자에 백신을 넣어 초저온 상태를 유지하고 무전기 여러 대를 장착해 배송을 추적하게 된다. 이 때문에 크리스마스 선물 등 최대 7억 개의 물류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백신 접종의 가시화로 희망의 빛이 켜졌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21만7779명, 신규 사망자는 2974명 나왔다. 누적 확진자는 1603만9393명, 누적 사망자는 29만9692명을 기록했다. CNN은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40%가 흑인과 라틴계지만 백신을 맞겠다는 흑인은 24%, 히스패닉은 34%에 불과하다”며 “백신 접종 거부 정서를 비롯해 방역 정책에 대한 피로감 등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