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기피신청 남용" vs "심재철의 위법"…판례 찾아보니

지난 10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 논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10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에서 다른 징계위원들에 대한 기피신청에 반대하는 투표권을 행사한 후 스스로 사퇴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총장 측은 심 국장이 “규정을 잠탈(潛脫)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소 의결정족수 규정을 통과하기 위해 교묘한 수를 부렸다는게 윤 총장 측의 주장이다. 반면 징계위 측은 “윤 총장 측이 기피신청권을 남용했다”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어느쪽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관련 법률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자세히 따져봤다.

의결 최소정족수 ‘3명’ 충족해야

사진=연합뉴스
먼저 검사징계법에선 “(징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이 있을 때에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기피 여부를 의결한다. 이 경우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위원)은 그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0일 출석한 위원은 모두 5명. 심재철 국장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 안진 전남대 교수 등이다. 따라서 윤 총장측이 제기한 기피신청을 의결하는데 필요한 최소 정족수는 ‘3명’이 된다. 윤 총장 측은 신성식 부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

검사징계법만 따져보면 심재철 국장의 행보가 특별히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이용구 차관에 대한 기피신청 의결의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차관은 당사자라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심재철 국장, 신성식 부장, 정한중 교수, 안진 교수 4명이 표결할 수 있다. 만약 심재철 국장이 표결 전에 사퇴했더라도 여전히 3명이 남는다. ‘매직넘버 3’ 기준을 충족한다는 의미다.

“같은 사유면 타인 의결에 참여 못해”

여기서 대법원 판례를 추가로 살펴보자. 대법원은 “기피신청을 당한 징계위원은 자신에 대한 의결에만 참여할 수 없을 뿐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엔 참여할 수 있다”며 “그러나 기피사유가 ‘공통의 원인’에 기인하는 경우 자신에 대한 의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가령 윤 총장 측이 이용구 차관과 안진 교수에 대해 같은 이유를 제시하며 기피신청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위 판례에 따르면 이 차관에 대한 기피신청 의결 과정에 안 교수도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남는 사람은 심재철 국장, 신성식 부장, 정한중 교수 세사람 뿐이다. 여기서 만약 심재철 국장이 표결 전에 심의 참여를 회피했다면? 최소 의결정족수 3명이 무너지는 셈이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가 비판하는 대목이 이 부분이다. 심 국장이 기피신청 의결이 파행되는 사태를 막고자 ‘선투표 후사퇴’라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변호사는 총 4명의 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하면서, 개별 위원별 기피사유를 적어내는 동시에 ‘2명의 위원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유’와 ‘3명의 위원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유’를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변호사는 “회피한 위원(심 국장)은 기피사유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므로 기피신청 의결절차에 참여하지 않고 처음부터 절차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며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에 관한 규정을 잠탈해 위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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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신청권 남용’에 해당하나

그런데 위 대법원 판례에는 추가적인 판시사항이 더 있다. △피징계자가 징계위원 전원 또는 대부분에 대해 동시에 기피신청을 함으로써 징계위를 구성할 수 없거나 징계위의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기피신청이 징계절차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경우 등은 부적법한 ‘기피신청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피신청권 남용의 경우 기피신청의 대상이 된 징계위원이 기피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명시했다. 피징계자가 징계위를 파행시킬 목적으로 모든 징계위원들에 대해 동일한 이유로 기피신청을 하는 꼼수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징계위는 윤 총장 측에서 기피신청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윤 총장 측은 위원들에 대해 기피신청을 하면서 ‘3명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유’도 제시했다. 이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5명 중 3명이라면 ‘징계위원 전원 또는 대부분’에 대해 동시에 기피신청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명 중 2명에 대해 공통사유를 제시해 기피신청을 한 것도 기피신청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 징계위도 윤 총장 측이 신청한 ‘3명 공통 기피 사유’에 대해선 기피신청권 남용을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각각 기피 사유’와 ‘2명 공통 기피 사유’에 대해선 기피신청권 남용이 아닌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기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 계속 이어질 듯

결과적으로 ‘2명 공통 기피 사유’ 의결 과정을 둘러싼 논쟁이 향후에도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기피신청권 남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심재철 국장이 최소 의결정족수를 못 채우는 사태를 막고자 꼼수를 부렸다는 윤 총장 측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향후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를 강행하고 윤 총장이 이에 불복해 소송전을 펼치는 그림이 그려진다면, 행정소송 단계에서 이 같은 절차적 위법성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