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등장이 낳은 OTT-음저협 갈등, 절충안 마련에도 후폭풍

고심 끝에 '1.5%로 시작' OTT 징수규정 신설…OTT 반발에 갈등 지속 전망
문화체육관광부가 음악 저작권료 문제를 둘러싼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징수규정을 만들었지만 OTT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며 후폭풍이 일 조짐이다. 작사·작곡·편곡가 등 음악 저작권자들을 대표하는 한음저협과 국내 OTT 업계의 갈등은 신산업인 OTT에 적용할 저작권 규정이 없기 때문에 생겨났다.

디지털 미디어의 변화로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난 상황에서 콘텐츠 생산자에게 얼마나 대가를 지불해야 할지를 두고 창작자와 플랫폼 업계가 이견을 빚은 것이다.

문체부는 고심 끝에 절충안을 마련했으나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에 커 당분간은 갈등을 봉합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OTT 징수규정 신설…문체부 "방송물 재전송 조항 적용 어려워"
문체부가 11일 발표한 징수규정은 OTT에 맞는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한음저협 쪽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OTT 측이 적용을 주장해온 기존 '방송물 재전송 징수규정'은 방송사가 자사 프로그램에 대해 다시보기 서비스를 하는 것에 적용하기 위해 2006년 도입됐다.

한음저협은 홈페이지 등 비교적 제한된 범위에서 이뤄지는 기존 다시보기 서비스와,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로 자유롭게 콘텐츠를 볼 수 있는 OTT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7월 OTT에 적용할 '영상물 전송서비스'(제24조) 조항을 징수규정에 신설하는 안을 문체부에 제출했고 문체부도 이같은 골격을 승인했다.

문체부는 설명 자료에서 "'영상물 전송서비스'는 사용자가 시간과 장소, 기기의 구애 없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방송물 재전송서비스 조항을 OTT 서비스 등을 통한 영상물 전송서비스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 음악업계 관계자는 "OTT는 TV와 똑같이 볼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매체이기 때문에 새로운 중간 요율이 만들어지는 것은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OTT 업계는 별도 규정을 만드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다른 케이블TV, IPTV, 방송사 TV와 비교해 국내 OTT 업체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다는 것이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체가 늘어난다고 저작권 행사나 음악 공급에 있어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님에도 요율을 다르게 매긴 것 자체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OTT 측은 국내 OTT의 경우 넷플릭스와 달리 TV와 콘텐츠 동시공개 등 실시간 방송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실시간 방송이 포함된 경우 (징수규정이 없는 서비스에 적용되는) '기타 사용료' 조항을 근거로 이용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요율은 중간수준 결정…'신산업 성장 vs 창작자에 정당 대가' 진통 여전
하지만 문체부는 OTT, 즉 영상물 전송서비스에 적용되는 요율에 대해서는 양측이 주장하는 요율의 중간 수준에서 결정했다.

OTT 측은 현행 방송물 재전송서비스 요율인 매출액의 0.625%(음악전문방송물이 아닌 경우)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한음저협은 징수규정 신청안에서 2.5%를 요구했다.

이는 2018년 넷플릭스와 계약한 요율 및 영상물 전송서비스에 적용되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OTT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OTT 업계는 넷플릭스에 적용하는 요율을 국내 OTT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신성장산업인 OTT에 막대한 경영 부담을 안겨준다고 주장해왔다.

문체부는 내년 1.5%에서 시작하되 연차계수를 적용해 2026년 1.9995%까지 단계적으로 요율을 높이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여기에 음악 저작권 신탁단체별로 다른 음악저작물 관리 비율을 적용하는데 한음저협은 9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문체부는 OTT측이 제기한 '이중 징수' 문제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OTT 측은 제작 과정에서 이미 창작자에게 음악 사용 허락을 받아서 권리문제가 처리됐는데 신탁단체인 한음저협이 또다시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은 이중 징수라고 지적해왔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설명 자료에서 "이미 전송권에 대해 사용료를 납부하여 권리처리가 된 경우는, 해당 음악 사용에 대한 부분은 제외하여 저작권사용료를 산출하므로 이중징수의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음저협과 OTT 양측이 주장한 요율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파장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 관계자는 "업체들이 비용 절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요금 인상,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OTT 측은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김용희 교수는 "산정 근거의 명확성이 떨어진다"며 "협의나 협상보다 일방적인 설득의 과정에 가까운 듯하다"고 비판했다.

한음저협은 내부적으로 입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창작자에 대한 적절한 대가 지급과 신산업 육성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적절한 사회적 합의점이 마련되려면 앞으로 추가적인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음악산업과 OTT 산업은 결국 양질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동반성장을 모색해야 하는 관계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