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현물 동시에 파는 외국인…포지션 변화? 단순한 연말 정리?

외국인이 이달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피200지수선물 시장에서 동시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사태 뒤 대부분의 기간 동안 현물을 팔되 선물은 사들였는데, 이번달에는 모두 순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 소식을 계기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약해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연말 결산을 위해 지난달 사들인 물량을 정리하는 것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72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9일까지는 누적 순매수(+8113억원)를 유지했지만 10일 1조3662억원어치를 팔아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날 1716억원어치를 추가로 팔아 순매도 규모를 키웠다. 코스피200 선물은 이달 들어 869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현·선물 동시 순매도는 증시 전망이 좋지 않다고 판단할 때 나오는 게 보통이다. 현물을 파는 건 가격 하락에 대비하겠다는 것이고, 선물을 파는 건 잔여 보유 물량의 가격 하락에 대한 위험(리스크)을 회피(헤지)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코스피200 선물을 순매도했다는 건 미래 특정 시점에서 지수 구성종목 묶음(바스켓)을 현재가로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는 뜻이다.

외국인의 현·선물 동시 순매도는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 2월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5월에는 둘 다 매도했지만 선물 순매도금액이 280억원에 불과해 큰 의미는 없었다. 외국인의 한국 증시 복귀가 본격화된 지난달에는 현물을 4조9938억원어치, 선물을 3조6016억원어치씩 순매수했다. 그랬다가 이달 갑자기 동시에 팔아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연말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뉴스는 코로나19 백신이 나왔다는 것”이라며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다 반영됐다고 외국인이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물은 차익실현을 위해, 선물은 앞으로 남은 불확실성을 털어버리기 위해 매도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반면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관점이 달라진 건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부터 현물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에 대한 위험을 회피(헤지)하기 위해 선물을 매도하는 것”이라며 “다른 헤지 수단인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선물 매도를 통한 헤지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연말 포지션 정리를 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한다. 외국인은 보통 연말이 되면 연간 투자 수익률을 확정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하는 경향이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