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백신 승인 안 하면 사표 써라"…백악관 FDA에 '압박'

백악관 비서실장, FDA 국장에 압박
트럼프도 트위터에 "FDA는 늙고 느린 거북이" 맹비난
마크 메도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에게 11일(현지시간) 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긴급승인을 하지 않으면 사표를 쓰라고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 언론은 "메도스 실장이 이날 한 국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날까지 긴급승인을 하지 않으면 사표를 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메도스 실장이 지난 1일 한 국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백신 승인 업무를 게을리했다'고 질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메도스 실장의 이러한 '최후통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AP통신이 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직접 트윗을 통해 "FDA가 크고 늙고 느린 거북이"라며 조속히 화이자 백신을 승인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당장 망할 백신을 나오게 하라"며 "한 국장은 장난 그만치고 생명을 구하라"고 밝혔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 메도스 실장의 압박으로 FDA가 당초 12일 오전 긴급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11일로 일정을 당기게 됐다고 전했다. FDA 외부 자문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통해 미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승인을 FDA에 권고했다.

FDA의 긴급사용 승인 결정이 이뤄지면 백신을 배포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곧바로 접종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이어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자문위원회가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CDC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접종이 시작된다.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에 백신 개발 발표가 이뤄지도록 보건당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화이자 백신에 대한 긴급승인이 먼저 나오고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접종이 시작되자 속상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WP는 전했다. CNN방송도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에서 백신 접종이 먼저 이뤄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분통을 터뜨려왔다고 밝혔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