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학살 로힝야족 미망인, 미얀마 정부에 첫 손해배상 청구

공익단체 21억 손배소 대리…"남편·로힝야족 위한 정의 찾기"
미얀마군의 2017년 로힝야 집단학살과 관련, 로힝야족 미망인이 미얀마 정부를 상대로 200만 달러(약 21억8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공익단체인 LAW는 국제로펌과 손잡고 지난 10일 로힝야족 미망인 세타라 베굼을 대리해 미얀마 정부 인권위원회에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LAW는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중동과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의 국가폭력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LAW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소송은 로힝야족 집단 학살과 관련해 로힝야족이 미얀마 정부 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첫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통신은 자사 탐사보도에 따르면 어부였던 베굼의 남편은 2017년 9월 라카인주 인딘 마을에서 미얀마군 및 불교도들에 의해 살해된 뒤 암매장된 10명의 남성 및 소년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미얀마군은 당시 살해 책임이 있는 군인들에게 중노동과 함께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지만, 그들 모두는 1년도 안돼 석방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학살 당시 미얀마에서 도망친 베굼은 LAW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남편은 살해됐지만, 미얀마 정부는 그런 짓을 한 군인들을 풀어줬다"면서 "남편은 물론 비슷한 일을 많이 당한 모든 로힝야족을 위해 정의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북부 라카인주에서는 2017년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소수 무슬림 로힝야족 일부가 경찰 초소를 공격한 이후 정부군이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거주지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또 70만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인접국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이와 관련, 서아프리카의 무슬림 국가인 감비아는 지난해 11월 미얀마를 로힝야족 집단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를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미얀마 실권자로 ICJ에 직접 출석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미얀마군이 당시 반군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면서 집단학살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ICJ는 올 초 집단학살 피해를 본 로힝야족 보호를 위해 모든 조처를 할 것을 명령했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인권단체들로부터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