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기술자 모셔간 中 기업들, 단물 빨아먹고 내쳤다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최근 중국 근무 OLED 엔지니어 모집 중인
국내 헤드헌터 2인 전화 인터뷰

"中 기업과 5년 계약해도 1년 만에 해고되는 한국 인력 많아"
중국 기업의 한국인 엔지니어 채용 증가 추세
OLED,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집중
'인력 빼가기' 통해 기술격차 좁히려는 목적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CSOT의 선전 LCD 공장 상량식 모습. CSOT 제공
중국 기업들의 '한국 기술자 빼가기'가 LCD와 반도체에서 최근 프리미엄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한경닷컴 12월 5일 '급여 1억에 사택 제공…삼성·LG 인력 빼가는 中기업들' 참조

OLED 세계 1위 한국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인력 빼가기'란 걸 중국 기업들이 잘 알기 때문이다.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2000년대 들어 한국 기업 M&A, 대규모 한국 인력 채용 등을 통해 실력을 키웠다. 그 결과 2018년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을 누르고 대형 LCD 분야에선 세계 1위에 올랐다. LCD에서 썼던 전략을 OLED에서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최근 중국 기업 등의 의뢰를 받아 OLED 엔지니어를 모집 중인 헤드헌터 2인에게 전화로 현황을 물었다. 이들은 "중국 기업들이 삼성 LG 등 대기업, 또는 1차 밴더에서 에서 일하는 인력을 원한다"며 "하지만 중국 기업 요청대로 국내 대기업 핵심 인력을 중국으로 스카웃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중국으로 옮기는 인력의 스펙과 관련해선 "한국 회사와 조직에 실망한 사람들, 사내 정치에서 밀린 사람들, 자녀들 국제학교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종종 중국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설명했다.

고용 안정성과 관련해선 "5년 계약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1년 만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한국에 돌아온 사람도 있다"며 "과거보다 분명 나아지긴했지만 '정년 없는 고문역할'을 약속했는데 2~3년 만에 쫓겨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헤드헌터들은 "계속,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분들의 경력이나 경험을 사장시키는 게 안타깝다"며 헤드헌팅 업무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 최근 중국기업의 OLED 전문가 모집 공고가 많습니다.
A: "과거 LCD, 반도체랑 비슷한거죠."

▶ 어떻게 중국 현지기업과 연결이 됩니까.
B: "회사가 직접 하는 건 아니고요. 중국 헤드헌터가 우리쪽에 연락하는거죠."

▶ 어떤 인력을 원합니까.
A: "최고급 인력을 원하는데 우리가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B: "제가 요청받은 건 '무조건 현직' 입니다. OLED 이런 기술들 변화가 빨라요. 퇴직하신 분들, 퇴직하고 몇년 지난분들이 갖고 계신 기술은 사실 중국에서도 크게 쓸모가 없거든요. 중국인들보다 나은 게 있어야합니다."

▶ 중국 업체에 소개해주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요.
A: "한국에선 가치가 없어진 사람들이 중국에선 고급인력으로 취급 받을 수 있거든요. 오래된 사람들 경력이나 경험을 사장시키는 게 안타깝습니다."

B: "무조건 한국인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찾다보면 한국도 포함이 되는거죠."▶ OLED나 반도체 관련해선 그래도 주로 한국인력을 원할텐데요.
B: "그건 그렇죠."

▶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으세요?
A: "한국에서 일 없이 계신 분들, 우리도 일본에서 예전에 기술자들 모셔왔죠. 비슷한 겁니다."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로 만든 수족관 디스플레이. 중국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의 OLED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인력 빼가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경DB
▶ 기술 유출 우려는 없습니까.
A: "몇 년 전엔 전기차배터리 기술자 수요가 많았어요. 그런데 한국의 진짜 핵심 인력은 안가려고 하더라고요."

▶ 주로 어떤 분들이 가십니가.
A: "대기업 퇴직하고 더 이상 취업 안 되는 사람들, 나이 많은 사람들이죠."

B: "저 같은 경우는 대기업 출신들입니다. 여기서는 못 받는 연봉을 받는데, 몇 배 정도는 아니고요. 자기가 속한 조직에 실망한 사람들이 갑니다."

▶ 승진에서 밀렸거나 그런 분들인가요.
B: "네. 예를 들어 일 하다가 실수했는데 회사에서 보호를 안 해주는겁니다. 이런 것에 실망하고 '억울하게 당하느니 차라리 중국에 가겠다' 이런 분도 계셨고요."

▶ 그런 분들 찾는 게 보통이 아닐텐데요.
B: "엔지니어들도 아닐 것 같은데 다 사내 정치가 있거든요. 라인 잘못타서 밀린분들, 이런 분들이 이직을 준비하죠. 본인들도 치밀하게 준비하는거죠. 본인들도 아시거든요, 이직을 했다가 실패하면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거요."

▶ 자녀 교육 때문에 나가는 사람도 있다면서요.
B: "아이들 때문에 그런 것도 있죠. 국제학교를 보내고 싶은데 한국에선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중국에 가면 국제학교 보낼 수 있어요. 학비나 이런 것들 다 지원해주잖아요. 한국에 오는 외국인 자제들도 다 국제학교 학비는 지원해줄걸요. 같은거죠."

▶ 대우는요.
A: "예전에는 받던 연봉 3배, 5배 줬었죠. 그러면 흔들리는거죠. 최근엔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고요. 일반적인 기술자는 많이 주면 받던 연봉의 50%를 추가해주는거죠."

▶ 최근 공고에 '급여를 1억원 이상'이라고 제시하셨던데요.
A: "사실 월 급여는 아니고요. 연봉 개념이죠. 물론 다른 지원도 있긴 하지만요."

▶ 알려진 것보다 적네요. (기자와 최근 만난 4대그룹 IT계열사 CEO는 중국기업이 한국 고급인력에 연봉의 10배를 제시한다고 이야기했다.)
A: "사실 최고급 기술자는 저희가 접근할 수 없고요.

▶ 과거보다 연봉 수준이 낮아진 이유는요.
A: "OLED는 모르겠는데 LCD 같은 경우는 그래도 중국 기업들 기술이 많이 올라왔어요. 예전에 배터리인력 데리고 갈땐 LG화학, 삼성SDI 출신이면 아무나 마구잡이로 데리고갔죠. 지금은 딱 맞는 사람 아니면 안 뽑아요."

B: "4~5년 전엔 연봉 4배 5배 제시했죠. 그런데 중국 기업들도 바보가 아니거든요. 가성비를 따져보기 시작한거죠."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9월 공개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휘어지는 OLED 패널. 중국 기업들이 따라잡기 위해 노력 중인 기술이다. 연합뉴스
▶ 중국기업이 원하는 회사가 있나요.
A: "당연히 삼성 LG죠. 예를 들어 공정 수율을 높이거나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거나, 그런 고급 기술이 필요한거죠. 아니면 삼성 LG 1차밴더를 콕 찝기도 하고요. 주로 비밀리에 진행해달라고 하는데, 그런 분들은 접촉이 쉽지가 않아요."

▶ 가신 분들은 만족하십니까.
A: "가신 분들 재미 없다는 분들 많습니다."

▶ 이유는요
A: "연봉도 처음 얘기한 것과 달리 안 주는 경우도 많고, 한 2~3년 데리고 있다가 뽑아먹을 기술 없으면 중간에 내보내고 그러는 것 같더라고요."

▶ 중국 기업들이 한국인에게 임원은 달아주나요.
B: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고문'정도. 대신 정년은 없다는 조건을 걸죠."

▶ 코로나19가 이직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요.
A: "제 주변에, 5년 계약했는데 1년 만에 나온 사람 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하더라고요. 경기도 나빠지고 고급인력을 쓸 여력이 없다고 했나봐요."B: "반도체쪽은 한국이 선진국이니까요. 작년말에 가기로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올 초 홀딩된 이슈도 있고요. 또 한국에서 '기술유출' 이런 걸로 소송이 보도되고 그러면 멈칫해서 못나가시는 분도 계시고요."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