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 공룡들 해체까지 갈까…반독점 규제 전방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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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 나선 미 당국…과도한 힘 억제에 "초당적 지지"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등 IT(정보기술) 공룡들에 대한 미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IT 공룡들의 행태에 부정적인 눈길을 보내던 미 정부는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 미, 구글·페이스북에 반독점 소송…EU도 아마존 조사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미국 전역의 46개 주는 페이스북이 신생 정보기술(IT) 기업을 인수하는 '약탈적' 관행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면서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연방법원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페이스북이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인수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분할까지 요구했다. 앞서 미 법무부도 지난 10월 구글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려고 다양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미 언론들은 "'빅 테크' 기업에 대해 커지고 있는 초당적이고 국제적인 쓰나미", "지배적인 온라인 플랫폼의 파워(힘)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등의 평가를 했다.
FTC와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는 아마존에 대해서도 반독점 행위 여부를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뿐만 아니라 경쟁사나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 장터로 운영하는 앱스토어의 대체 시장 허용을 요구해온 미국의 경쟁 업체 시디아는 지난 10일 애플이 불법적으로 앱 장터를 독점화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업체 에픽게임스는 앱스토어의 수수료를 피해 독자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가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하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앱스토어 운영을 둘러싼 분쟁은 갈수록 늘고 있다. IT공룡들의 시장 지배에 갈수록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미 IT 공룡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미국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0일 아마존에 대해 반독점 규정 위반 혐의를 제기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EU는 아마존이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외부 판매자들로부터 수집한 비공개 판매 데이터를 이용했으며 이는 아마존의 자체 소매 부문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 대형 독점 기업 해체 역사, IT 공룡에도 적용되나
이처럼 갈수록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미 정부가 시장 경쟁 복원을 위해 강공 모드로 나서자 시장의 관심은 과거처럼 기업 해체나 사업 분할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반독점 정책 역사에서 경쟁환경 복원을 위한 기업 해체나 분할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석유왕' 존 록펠러가 설립한 미국의 스탠더드 오일은 경쟁사들을 매수해 석유사업을 독점하고 경쟁사들의 철도 이용을 차별 대우하는 등의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1991년 유죄판결을 받고 34개 회사로 쪼개졌다.
엑손, 모빌, 셰브런 등이 그 후신들이다.
AT&T도 장거리 통신 사업과 20여개 지역의 시내 전화 사업을 독점하다가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제소로 결국 분할됐다.
가깝게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약 20년 전 반독점 위반 혐의로 피소돼 1심에서 회사 분할 명령을 받았다.
다만 MS는 윈도 소스코드를 공개해 경쟁 업체에 공정한 기회를 주는 선에서 정부와 타협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FTC가 이번에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무효로 하고 이 회사들에 대한 분할 명령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명시적으로 요구한 점은 그래서 더 주목받고 있다.
물론 IT 공룡의 해체가 현실화할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 바이든 행정부도 IT 공룡 규제 만만치 않을 듯
다만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로 내년에 바뀌더라도 IT 공룡들에 대한 규제 압박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월 "난 페이스북의 팬이 아니다"라면서 "저커버그(페이스북 CEO)의 팬도 아니다.
그는 정말로 문제"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캠프의 빌 루소 공보국장은 지난달 미국 대선 후 트윗을 통해 페이스북에 게시된 투표 사기 의혹 제기와 관련해 "선거 후 페이스북이 우리 민주주의의 구조를 찢어발기고 있다"는 의견을 말했다.
미 의회도 여야 구분 없이 IT 공룡들의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에 반감을 보이고 있다.
미 하원 법사위 산하 반(反)독점소위는 지난 10월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IT '빅 4'가 시장에서 반(反)경쟁적인 활동을 하면서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다는 449쪽짜리 보고서를 펴냈다.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등은 페이스북 같은 정보기술(IT) 공룡을 분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뉴욕타임스(NYT)는 IT 공룡들의 힘을 제한하기 위한 초당적 지지가 급격히 확산해 왔다면서 연말까지 공화당 및 민주당 양측이 구글을 상대로 최소한 한 건의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NYT는 또 바이든 행정부가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을 상대로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등 IT(정보기술) 공룡들에 대한 미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IT 공룡들의 행태에 부정적인 눈길을 보내던 미 정부는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 미, 구글·페이스북에 반독점 소송…EU도 아마존 조사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미국 전역의 46개 주는 페이스북이 신생 정보기술(IT) 기업을 인수하는 '약탈적' 관행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면서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연방법원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페이스북이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인수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분할까지 요구했다. 앞서 미 법무부도 지난 10월 구글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려고 다양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미 언론들은 "'빅 테크' 기업에 대해 커지고 있는 초당적이고 국제적인 쓰나미", "지배적인 온라인 플랫폼의 파워(힘)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는 등의 평가를 했다.
FTC와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는 아마존에 대해서도 반독점 행위 여부를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뿐만 아니라 경쟁사나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 장터로 운영하는 앱스토어의 대체 시장 허용을 요구해온 미국의 경쟁 업체 시디아는 지난 10일 애플이 불법적으로 앱 장터를 독점화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업체 에픽게임스는 앱스토어의 수수료를 피해 독자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가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하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앱스토어 운영을 둘러싼 분쟁은 갈수록 늘고 있다. IT공룡들의 시장 지배에 갈수록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미 IT 공룡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미국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0일 아마존에 대해 반독점 규정 위반 혐의를 제기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EU는 아마존이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외부 판매자들로부터 수집한 비공개 판매 데이터를 이용했으며 이는 아마존의 자체 소매 부문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 대형 독점 기업 해체 역사, IT 공룡에도 적용되나
이처럼 갈수록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미 정부가 시장 경쟁 복원을 위해 강공 모드로 나서자 시장의 관심은 과거처럼 기업 해체나 사업 분할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반독점 정책 역사에서 경쟁환경 복원을 위한 기업 해체나 분할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석유왕' 존 록펠러가 설립한 미국의 스탠더드 오일은 경쟁사들을 매수해 석유사업을 독점하고 경쟁사들의 철도 이용을 차별 대우하는 등의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1991년 유죄판결을 받고 34개 회사로 쪼개졌다.
엑손, 모빌, 셰브런 등이 그 후신들이다.
AT&T도 장거리 통신 사업과 20여개 지역의 시내 전화 사업을 독점하다가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제소로 결국 분할됐다.
가깝게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약 20년 전 반독점 위반 혐의로 피소돼 1심에서 회사 분할 명령을 받았다.
다만 MS는 윈도 소스코드를 공개해 경쟁 업체에 공정한 기회를 주는 선에서 정부와 타협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FTC가 이번에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를 무효로 하고 이 회사들에 대한 분할 명령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명시적으로 요구한 점은 그래서 더 주목받고 있다.
물론 IT 공룡의 해체가 현실화할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 바이든 행정부도 IT 공룡 규제 만만치 않을 듯
다만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로 내년에 바뀌더라도 IT 공룡들에 대한 규제 압박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월 "난 페이스북의 팬이 아니다"라면서 "저커버그(페이스북 CEO)의 팬도 아니다.
그는 정말로 문제"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캠프의 빌 루소 공보국장은 지난달 미국 대선 후 트윗을 통해 페이스북에 게시된 투표 사기 의혹 제기와 관련해 "선거 후 페이스북이 우리 민주주의의 구조를 찢어발기고 있다"는 의견을 말했다.
미 의회도 여야 구분 없이 IT 공룡들의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에 반감을 보이고 있다.
미 하원 법사위 산하 반(反)독점소위는 지난 10월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IT '빅 4'가 시장에서 반(反)경쟁적인 활동을 하면서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다는 449쪽짜리 보고서를 펴냈다.
민주당 대선 주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등은 페이스북 같은 정보기술(IT) 공룡을 분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뉴욕타임스(NYT)는 IT 공룡들의 힘을 제한하기 위한 초당적 지지가 급격히 확산해 왔다면서 연말까지 공화당 및 민주당 양측이 구글을 상대로 최소한 한 건의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NYT는 또 바이든 행정부가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을 상대로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