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그후 5년] ⑤ 탄소중립 향해 앞서나가는 유럽…대전환 중인 미중

유럽, 탄소중립 목표·방법 급진적…그린딜 발표·탄소국경세 논의
중국, 2060년 이전 탄소중립 선언…바이든, 2050 탄소중립에 2조달러 투자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설정된 '2050 탄소 중립(온실가스 순배출이 '0'인 상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가 움직이고 있다. 온실가스의 86%가 석탄·석유 등 화석 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만큼, 현재 화석 연료 위주의 에너지 구조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 나라마다 진행 중이다.

유럽은 그린딜 수립·탄소국경세 논의 등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 또한 미래 세대를 위한 대전환에 돌입했다.
◇ 선도적인 유럽…그린딜 발표·탄소국경세 논의
대부분 주요 유럽 국가들은 이미 2000년 이전에 온실가스 배출 정점에 도달했다. 1인당 배출량도 평균 6t에 머물러 2018년에야 배출정점에 도달한 우리나라(14t)보다 훨씬 낮다.

그런 만큼 유럽 국가들의 기후위기 극복 목표와 방법은 급진적이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영국은 이미 지난해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먼저 2050 탄소중립을 법제화했다. 석탄 발전의 비중을 2012년 41%에서 2019년 2%까지 낮췄고, 대체에너지로 풍력 발전에 투자해 풍력 발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같은 기간 3%에서 21%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에는 내연기관으로 휘발유나 디젤을 태우는 신차 판매를 늦어도 2030년에는 금지하고, 2035년에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못 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녹색산업혁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최대 규모의 석유, 가스 생산국인 덴마크는 2050년까지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의 탐사, 추출,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2022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전면 폐지하고 기존의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에너지믹스의 다변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040년부터 휘발유와 경유차 판매를 금지한다.

유럽에서는 환경 보호를 주요 기조로 삼는 녹색당이 정권을 잡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중도당 등으로 구성된 핀란드 연립 정부는 지난해 2035년까지 자국을 탄소중립국이자 '세계 최초의 화석연료 없는 복지 사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국민당과 녹색당으로 구성된 오스트리아 연립 정부도 2030년까지 모든 전기를 재생 가능 에너지를 통해 생산하고, 탄소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를 타는 승객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2040년까지 '탄소 중립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목표는 야심 차지만, 과연 달성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나라도 있다.

노르웨이는 203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기후중립국'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목표 면에서는 선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하루 평균 2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대부분을 수출하는 세계 주요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으로서 자국 산업 구조를 전환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역대 최다인 83건에 달하는 원유 생산 허가를 내준 데다가 57개의 새로운 석유 탐사정을 뚫었다.

EU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기후 위기는 극복해야 할 중요 과제다.

폴란드를 제외한 EU 회원국들은 지난해 말 정상회의에서 2050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고 기후변화 및 환경 분야 청사진을 담은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했다.

EU는 '그린 딜'을 통해 향후 10년간 최소 1조 유로 규모의 재원을 조성하고,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유럽기후법'을 제정하는 등 2050년까지 세계 최초 기후 중립 대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철강·화학 등 특정 분야에 대한 탄소국경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EU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탄소 중립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표] 탄소중립 선언 국가 목록
┌───┬─────┬─────────────┬────┬────────┐
│ 연번 │ 국가 │ 형식 │ 시점 │ 비고 │
├───┼─────┼─────────────┼────┼────────┤
│ 1 │ 영국 │ 법제화 │ 2019.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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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프랑스 │ 법제화 │2019.1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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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스웨덴 │ 법제화 │2017.06 │2045년 탄소중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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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덴마크 │ 법제화 │2019.1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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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뉴질랜드 │ 법제화 │2019.1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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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헝가리 │ 법제화 │2020.0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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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 EU │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2020.03 │ 법제화 추진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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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 마셜제도 │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2018.0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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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 피지 │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2019.0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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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포르투갈 │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2019.0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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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코스타리카│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2019.1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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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슬로바키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2020.0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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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 남아공 │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2020.09 │ - │
├───┼─────┼─────────────┼────┼────────┤
│ 14 │ 핀란드 │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2020.10 │2035년 탄소중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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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 캐나다 │ 정상 발표 │2019.10 │ - │
├───┼─────┼─────────────┼────┼────────┤
│ 16 │ 중국 │ 정상 발표 │2020.09 │2060년 탄소중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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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 일본 │ 정상 발표 │2020.1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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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은 2019.12월 연방 기후법을 제정해 법안에 '탄소중립을 추구'하겠다 명시
◇ 중국, 2060년 전 탄소중립 목표…미국, 탄소중립에 2조달러 투자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탄소를 가장 많이 내뿜던 중국과 미국은 2014년 11월 정상회담에서 향후 20년간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기로 약속했다.

비록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으로 잠시 궤도를 벗어났지만, 세계 경제 규모 1-2위를 다투는 양국의 이러한 감축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2017년 기준 124억7천600만t)인 중국은 올해 9월 유엔 총회에서 2030년 이전에 배출 정점에 도달한 후 206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식 선언했다.

중국은 탄소집약도를 2005년 대비 48.1% 감축, 전체 에너지원 중 비화석에너지 비중을 15.3%로 늘려 올해 목표를 이미 조기 달성했다.

중국은 2025년 자국에서 팔리는 차량 중 20%는 친환경차가 되도록 하고, 2035년에는 순수 전기차(BEV)와 같은 친환경차와 하이브리드 방식의 에너지 절감 차량의 중국 내 판매 비중이 각각 50%가 돼야 한다는 공격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다만 중국 전력 당국이 현재 1천 기가와트 수준인 석탄화력발전을 2030년까지 1천300기가와트(GW) 이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최근 발표하는 등 중국이 탄소 중립을 위해 경제 성장을 어느 정도까지 포기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파리 협정 체결에 큰 공헌을 했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환경 이슈를 등한시했다.

그럼에도 2019년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 소비량이 130년 만에 처음으로 석탄 소비량을 추월하는 등 이미 체질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고 파리 협정에 재가입하면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환경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향후 4년간 2조 달러(약 2천184조원)를 투자하고, 2050년까지 청정에너지 100% 확대와 지속가능한 인프라 확충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일부 도시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 온실가스 구상을 내놓는 등 지역 단위에서도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노력의 결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18년 25%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늘어났고, 전 세계 탄소 배출 증가세는 계속 완화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각국이 제출한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2050 탄소 중립을 이루기 역부족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이에 따라 좀 더 선제적이고 급진적인 추가 감축 노력이 있어야만 기후 위기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