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들여다보는 인생, 사랑…유럽 영화 세 편

호프·썸머 85·운디네 개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대작 영화들이 자취를 감췄지만, 연말을 앞두고 인생과 사랑을 차분히 들여다보기에 어울리는 유럽 영화들이 잇달아 찾아온다.
17일 개봉하는 노르웨이 마리아 소달 감독의 영화 '호프'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성과 가족의 이야기다.

성공한 공연 감독이자 여섯 아이의 엄마인 안야(안드레아 베인 호픽)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사실혼 관계인 토마스와의 애정은 식어버린 지 오래, 토마스의 성장한 아이 셋과 두 사람이 함께 낳은 어린아이 셋에 늙은 아버지까지 돌보느라 지친 안야는 모두가 들떠 있는 연휴에 가족들을 모아 놓고 시한부 환자임을 밝힌다. 가족과 친구들의 우려 속에 수술을 준비하며 이어가는 일상을 현실적이고도 섬세하게 담았다.

내년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국제장편영화부문 노르웨이 출품작이다.
24일에는 사랑 이야기 두 편이 동시에 개봉한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작 '썸머 85'는 1985년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을 배경으로 한 10대 소년들의 뜨거운 사랑과 성장 이야기다.

오종 감독이 17살이던 1985년 소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를 읽고 장편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지 35년 만에 완성됐다.

바다에 빠진 알렉스(펠릭스 르페브르)를 다비드(벤저민 부아쟁)가 구해주면서 둘은 급격히 가까워진다. 하지만 알렉스가 맹렬하게 다비드에게 빠져들수록, 다비드는 구속을 거부하며 멀어진다.

다비드가 떠난 이후 충격에 빠져 있던 알렉스는 다비드와 함께 한 6주의 시간을 소설 형식으로 회상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1980년대의 강렬한 색감과 청춘과 더없이 어울리는 바다, 오토바이 질주, 음악을 슈퍼 16㎜ 필름의 거칠고 따뜻한 질감으로 담아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11월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으로 먼저 선보였다.
독일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신작 '운디네'는 감독의 전작인 '트랜짓'의 주연 배우 파울라 베어와 프란츠 로고스키가 다시 연인으로 만나 사랑과 운명을 이야기한다.

도시역사학자이자 박물관 관광 가이드인 운디네(파울라 베어)는 운명이라 믿었던 남자에게 실연을 당하고 좌절하지만, 그 순간 만난 산업 잠수부 크리스토프(프란츠 로고스키)와 사랑에 빠진다.

물의 정령 운디네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그녀를 배신하면 그 남자를 죽이고 고향인 물로 돌아가야 한다는 운디네 설화를 현대 베를린 공간에 환상적으로 풀어 놓는다. 파울라 베어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은곰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