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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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7
강재헌 <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34세 남성이 이틀 전부터 설사를 자주 하고 구역과 구토가 심해 거의 먹지 못했다며 내원했다. 환자는 상한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는데, 여름도 아닌 겨울에 배탈이 난 것이 이상하다고 했다.
최근 10년간 국내 장관감염증 집단 발생의 원인 병원체 중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실험실 감시에 따르면 초가을부터 노로바이러스 검출률이 증가하는데, 매년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감염증 발생 신고가 많다고 한다.노로바이러스는 구토와 설사를 유발하는 전염성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로 모든 연령대에서 감염을 일으킨다. 감염자는 엄청난 양의 바이러스 입자를 배출하는데, 미량의 바이러스 입자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감염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 음료수, 굴 등 어패류를 먹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표면을 만진 손을 입에 대면 감염될 수 있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재료의 내부까지 충분히 익혀야 한다. 특히 굴 등 어패류는 1분 이상 고온으로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한다. 또 노로바이러스는 종류가 많기 때문에 과거에 감염력이 있더라도 다른 종류의 노로바이러스에 재감염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설사, 구역, 구토, 위통 증상이 나타난다. 발열과 두통, 몸살을 동반하기도 한다. 1~3일 뒤 저절로 좋아지는데 구토와 설사가 심해 어린이, 노인, 만성질환자는 탈수로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치료하는 특별한 약은 없으며, 예방적인 항생제 치료도 권고하지 않는다. 저절로 회복할 때까지 탈수되지 않도록 물이나 이온음료, 보리차를 많이 마셔 설사로 몸에서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탄산음료, 과일 주스는 피하는 것이 좋다. 구토와 설사가 심해 탈수 증상이 있을 경우 병의원에서 수액주사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
겨울철이라고 해서 방심하면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백신이 아직 없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고, 채소와 과일을 잘 씻어 먹으며,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고, 조리 기구를 잘 소독하는 등 노로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