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 0.01%씩 올랐는데 月 상승률은 0.29%?…부동산원 '황당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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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잃은 부동산원 통계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월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집값 상승이 멈췄다”고 강조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의 통계가 그 근거였다. 김 장관은 “8월 셋째 주까지 서울 상승률이 0.01% 정도 됐고,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2주째 0%이기 때문에 상승세가 멈췄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부동산원 통계상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8월 24일부터 10월 말까지 10주 연속 0.01%씩만 상승해 안정세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부동산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월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29%였다. 같은 기관이 집계한 수치인데도 통계가 주간 단위냐 월간 단위냐에 따라 다섯 배가량 차이 난 것이다.
文정부 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부동산원 16.2%, 경실련 58%
전셋값도 KB시세와 3배이상 差
주택조사 표본수 너무 적어
집값 현실 제대로 반영못해
정부 산하기관도 KB시세 이용
얼마나 문제 많길래…10년 만에 대수술
부동산 정책 책임자들이 집값 안정의 단골 인용 대상으로 삼는 부동산원의 주택가격 통계가 수술대에 오른다. 통계청의 정기 품질진단 결과 “문제가 많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이달 말에 공식 보고서를 발표하면 부동산원은 통계청의 권고를 언제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10년 국민은행을 대신해 공인 통계기관이 된 부동산원이 10년 만에 그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통계청은 부동산원의 주택 가격 조사 표본 수가 너무 적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통계는 전국 주택 중 아파트만 대상으로 한다. 주간 통계 표본 수도 9400호에 그친다. 부동산원은 내년부터 주간 조사 표본 수를 9400가구에서 1만3720가구로 늘리기로 했지만 국민은행의 조사 표본 수(3만6300가구)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통계청은 들쭉날쭉한 부동산원의 통계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주간 가격 상승률과 월간 가격 상승률 간 격차를 해소하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눈치를 보는 부동산원이 주간 상승률을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원 통계로 볼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10월 둘째 주부터 11월 둘째 주까지 매주 0.01~0.02%씩 상승했다. 산술적으로 한 달간 0.05~0.06% 오른 셈이다. 그러나 부동산원이 같은 기간(10월 13일~11월 9일)을 기준으로 조사한 월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두 배 수준인 0.12%로 나타났다.부동산원은 아파트만 대상으로 하는 주간 조사와 모든 주택을 집계하는 월간 조사의 표본 주택이 달라 결과가 차이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통계청은 “표본을 같게 설계하는 방식 등으로 주간 조사와 월간 조사의 괴리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민은행 통계와 10배 차이
민간 기관이 집계하는 통계와도 차이가 크다. 부동산원은 지난주(12월 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0.03% 올랐다고 집계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국민은행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37%로 10배 이상 컸다.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2017년 5월) 때에 비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가격은 16.2% 올랐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조사한 상승률은 36.6%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3.3㎡당 2625만원에서 4156만원으로 약 58%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전셋값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직후인 지난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석 달 만에 6.4%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원이 조사한 전셋값 상승률은 1.9%에 불과하다.
부동산원 통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정부 기관조차 부동산원 통계를 외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모바일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서비스 가입 대상을 국민은행 시세가 등록된 아파트 및 주거용 오피스텔로 한정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부동산원이 실거래가를 집계하면서 급매나 특이거래 등을 제외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부동산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정인설/신연수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