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중 日여행 발레리노 '부당해고' 인정…국립발레단은 불복

중노위·서울지노위 "해고는 징계재량권 남용"
국립발레단 "발레단 위상에 심각한 위해"
자가격리 기간 중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된 나대한(28)씨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자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이 이에 반발, 행정소송을 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사진=M.net 방송화면 캡처]
자가격리 기간 중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된 나대한(28)씨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자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이 이에 반발, 행정소송을 내 법적 공방이 이어지게 됐다.

14일 공연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 10월12일 진행된 나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재심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 판정과 같이 부당해고를 인정했다.중노위는 "나씨가 복무 규정상 품위유지 의무와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한 점을 토대로 징계사유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씨의 행위가 단체협약상 해고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으며 정부의 공식적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고는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국립발레단이 나씨에게 자가격리 지침 준수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주의나 경고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나씨와 유사한 비위행위가 드러난 다른 단원에 대해서는 정직 징계를 내린 점 등도 고려했다.

앞서 올 6월18일 서울지노위도 나씨에 대한 해고는 지나치다고 판정했다. 나씨가 일부러 국립발레단의 명예를 훼손하려고 하지 않았고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있으며 징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이 근거였다.서울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국립발레단 징계 절차 적법성은 인정했다. 징계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징계위 개최 통지가 다소 늦어졌으나 위원들이 충분히 심의했고, 나씨에게도 소명 기회를 부여했으므로 징계 자체를 무효로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국립발레단]
그러나 국립발레단은 지난달 6일 중노위로부터 나씨의 복직 명령을 전달받고 불복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에서 단원의 일탈 행위로 국립발레단의 위상에 심각한 위해가 생겼기 때문에 해고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달 20일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을 냈다.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47·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가 국립발레단을 대리한다.이 사건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에 배당됐으며 아직 첫 재판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립발레단은 지난 2월 14~15일 '백조의 호수' 대구 공연 후 2월24일부터 3월1일까지 전 단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당시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자체적인 예방 조치였다.

나씨는 자가격리 기간인 지난 2월 27~28일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다녀왔고 관련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논란이 됐다. 이에 국립발레단은 3월16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나씨를 해고했다. 정단원 해고는 국립발레단 창단 58년 만에 처음이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