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나비엔 보일러업계 최초로 수출 3억불,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코로나 위기 올해도 3분기 누적 3424억원어치 수출
2006년 법인 설립 미국서 친환경 콘덴싱 온수기 소개
가스관 교체 없이 설치 가능한 콘덴싱 온수기로 인기
러시아 혹한, 불안정한 가스압·전압서 작동하는 제품으로 시장 사로잡아
국가별로 각기 다른 난방환경 때문에 보일러는 대표적인 내수 제품으로 여겨진다. 경동나비엔은 이같은 고정관념을 깬 업체로 보일러업계 최초로 올해 '3억불 수출의 탑'을 달성했다. 국가별로 맞춤형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북미, 러시아, 중국 등으로 'K-보일러' 수출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동나비엔은 국내 보일러업계의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보일러업계 전체의 보일러 및 가스온수기 수출은 총 3억1829억달러에 달했고 이 가운데 84.1%를 경동나비엔이 올렸다. 국내 보일러업계 전체의 연간 수출이 2908만달러에 불과했던 2006년 경동나비엔의 미국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국내 전체 보일러 수출은 2010년 1억달러, 2014년 2억달러를 돌파한 뒤 2018년엔 3억달러도 넘어서며 빠르게 성장했다.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올해도 수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3분기 누적 수출은 342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5% 늘어났다. 회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1%에 달한다. 지역별로 북미가 2779억원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가 324억원, 중국이 199억원, 기타지역이 121억원 순이다.

수출 증가는 국가별 난방설비 인프라와 난방문화를 분석을 바탕으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수출시장인 북미지역에서는 버려지는 열을 한번 더 흡수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콘덴싱 온수기를 앞세워 친환경 제품으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기존 가스관을 교체하지 않고도 설치할 수 있는 콘덴싱온수기를 내놓으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러시아 시장에서는 가스 압력이 낮고 전압변동이 낮으면서 겨울철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원활히 작동되는 특화된 보일러가 무기였다. 면밀한 시장 조사 끝에 2008년 출시된 '나비엔 에이스'는 낮은 가스압에 대응하는 가스 콘트롤 기술과 전압 변화에 대응하는 SMPS 기술, 강풍 등 기상변화에 안전하게 가능하는 공기압 센서 기능 등을 탑재해 인기를 끌었다. 2009년 12월 15년 만의 강추위에서도 이상 없이 가동되며 러시아 건설성에서 표창을 받기도 했다.

경동나비엔의 현지화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월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에서 물류창고를 인수해 수출 전진기지로 사용하고 있다. 2024년까지 총 920억원을 투입해 기존 공장을 인수하고 설비와 건물을 증축해 건물면적 2만5000평 규모의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러시아에선 벽걸이 보일러, 전기보일러, 원격제어보일러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소용량 보일러나 온수기를 병렬로 연결해 상업시설에서 필요한 열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캐스케이드 시스템이나, 지역난방에서 활용 가능한 효과적인 난방 및 온수 솔루션인 통합배관 히티허브를 통해 상업용 시장으로도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