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로 女아나운서 영입하는 日

SBI홀딩스 등 10여곳 영입전
"내부 女임원 안늘리려는 꼼수" 지적
여성 임원을 늘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현하려는 일본 상장회사들이 여성 아나운서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전·현직 여성 아나운서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상장사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10곳이 넘는다고 14일 보도했다.

대형 금융회사인 SBI홀딩스는 지난 6월 다케우치 가나에 TBS 아나운서를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전임 구보 준코도 NHK 아나운서 출신이었다. 이토 사토코 프리랜서 아나운서(주로쿠은행 미타니산교 세키스이쥬시), 후쿠시마 아쓰코 CBC 아나운서(휴릭 가루비 나고야철도) 등 한꺼번에 세 개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는 사례도 있다. 이 밖에 이토추에넥스, 온워드홀딩스, 닛폰유센, 고세이 등도 여성 아나운서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ESG 경영이 확산하면서 여성 임원을 늘려 경영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세계 기업들의 공통된 과제다. 2015년 일본 정부도 ‘5년 이내에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1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장사에 2명 이상의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한 도쿄증권거래소는 사외이사 비율을 3분의 1 이상으로 하는 기업지배구조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외이사로 특히 여성 아나운서들의 인기가 높은 건 고학력에 미모를 겸비한 데다 지명도도 높기 때문이라고 마이니치는 분석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내부 출신 여성 임원을 늘리는 대신 여성 사외이사만 확대해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꼼수를 쓴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설팅회사 프로넷에 따르면 올 7월 말 기준 도쿄증시 1부 상장사 2168곳의 이사회 임원 가운데 여성은 1354명으로 전체의 7.1%였다. 내부 출신 임원은 1.2%(23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123명은 모두 사외이사였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