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폐업 50% 급증…음식점은 "새 주인 못찾아 그냥 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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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11월 22개 업종 폐업·창업 수 분석해보니지난해 10월 서울 둔촌동에 30석 규모 음식점을 연 A씨는 올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혼자서 주방과 배달 업무를 도맡고 있다. 지난 1월 대비 매출이 반토막 나자 아르바이트생 두 명부터 해고했다. 적자를 버티다 못해 10월 내놓은 가게에는 두 달 넘게 새 주인이 오지 않고 있다. 가까스로 구했던 매수자는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지난달 말 잔금 지급을 앞두고 계약을 해지했다. 그는 “업종을 바꾸려고 다른 상가를 알아봤지만, 보증금 5000만원을 낼 돈이 없어서 가게를 억지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노래방·유흥주점 등 고위험시설, 집합금지 명령에 줄폐업
月 2주 '띄엄띄엄 영업' 탓에 인건비만 나가고 임차료 밀려
폐업 줄었다는 음식점 "빚 못갚아 억지 운영"…창업도 줄어
고위험시설, 폐업 급증
올해 폐업 수가 급증한 업종은 대부분 고강도 방역 조치가 내려진 곳이다. 주로 클럽, 노래방, 유흥주점, 방문판매업 등 11개 고위험시설에서 폐업이 두드러졌다.폐업 증가폭이 가장 큰 업종은 렌털상품과 화장품 등을 파는 방문판매업이다. 2월부터 11월까지 폐업한 방문판매업체는 3807곳으로 전년 동기(1131곳)와 비교해 세 배 넘게 늘었다. 서울 내 방문판매업은 6월부터 11월 초까지 5개월간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전국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하향 조정된 10월에도 11개 고위험시설 중 방문판매업은 영업중단 조치가 유지됐다. 60세 이상 고령층 이용률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수차례 집합금지 명령을 받은 단란주점 유흥주점 등도 폐업 수가 크게 늘었다. 클럽 등 유흥주점의 폐업 수는 767건에서 964건으로 25.7% 증가했다. 단란주점은 같은 기간 405건에서 639건으로 57.8% 급증했다.이들 업종은 거리두기 2단계부터 집합금지 대상이다. 다만 2단계 조치 이전부터 수도권 유흥시설은 집합금지 명령이 여러 차례 있었다. 서울시는 3월 22일~4월 5일, 4월 8~20일, 5월 9일~6월 14일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 등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해서다.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내려진 8~9월과 지난달 24일 이후로도 계속 닫고 있다. 최원국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사무국장은 “한번에 쭉 쉬지 않고, 3월 말부터 2주 단위로 영업을 했다 안 했다 반복하니 직원 인건비만 고스란히 나가고 있다”며 “임차료가 많이 밀려서 문을 못 여는 곳도 많고, 내년 말까지 장사해도 손실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적자 버티며 폐업 유예”
고위험시설 업종은 올해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기도 했다. PC방(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은 2~11월 2235곳이 창업하고 4008곳이 문을 닫아 1773곳이 순감소했다. 8월 16일부터 한 달간 영업 중단한 PC방은 올해 폐업이 전년 동기 대비 47.75% 늘었다. 1379건이던 오락실(청소년게임제공업) 창업 수도 688건으로 반토막 났다. 방문판매업(-1346곳) 노래방(-1195곳) 유흥주점업(-703곳) 단란주점업(-477곳) 등도 올해 업체 수가 순감소했다.반면 술집 식당 등이 있는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은 오히려 폐업 수가 전년 대비 줄었다. 일반음식점은 4만7484건에서 4만2990건, 휴게음식점은 1만7627건에서 1만6116건으로 각각 9.5%, 8.6% 줄었다.다만 영업 사정이 작년보다 나아진 것은 아니라고 업주들은 입을 모은다. 남은 임차료와 대출금, 철거 비용 탓에 폐업을 ‘유예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올해 2~11월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의 신규 창업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9.2% 줄었다.
서울 가양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지난 7월 식당에서 호프집으로 업종 변경을 하면서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빚을 갚을 때까지는 가게 문을 닫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폐업할 때 권리금을 몇 푼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권리금을 새 임차인에게 받기 어렵다”며 “임차 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폐업을 하면 남은 기간만큼 임차료를 다 돌려받지 못한다”고 했다.
양길성/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