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갈등 치유, 학교 밖 청소년 배려…"조례로 시민의 삶 지켜요"

서울특별시의회·한경 주최
서울특별시의회 30초영화제

한경 다산홀서 온라인 시상식
영상에 담은 마을 공동체의 기적
채동균 감독 '~특별한 기적' 대상
청소년부 최우수상 고혜린 감독
총 12편에 상금 2000만원 수여
일반부 대상을 받은 채동균 감독의 ‘마을 공동체 지원 조례가 찾아준 특별한 기적’.
한 남성이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하며 환히 웃고 있다. 서울 무악동에 있는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회원이다. 혜윰뜰은 원래 주민 간 갈등과 분쟁으로 오랫동안 방치된 공유지로, 쓰레기 등이 잔뜩 쌓여 있었던 곳. 서울특별시의회의 ‘마을 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를 통해 3년 전 마을 공동체를 이루면서, 혜윰뜰은 여러 세대가 함께 일구는 텃밭으로 바뀌었다. 영상은 내레이션으로 이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다시 텃밭을 일구는 주민들의 모습을 비춘다. 한 여성 주민은 “이렇게 채소를 많이 먹어본 건 처음”이라며 뿌듯해했다. 또 다른 여성은 허리를 굽혀 농사일을 하면서도 “정말 예쁘다”며 밝게 웃었다.

14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제2회 서울특별시의회 30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한 채동균 감독의 ‘마을 공동체 지원 조례가 찾아준 특별한 기적’이다. 마을 공동체 지원 조례로 달라진 혜윰뜰과 이로 인해 바뀐 시민들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감도 생생하게 잘 담았다는 평이 곁들여졌다.

서울특별시의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시민을 지키는 의회,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 서울특별시의회의 조례 내용을 알리고 시민들이 생활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공모 기간(9월 18일~10월 19일) 중 서울 시민의 일상을 지켜주는 지원 조례를 다양하고 쉽게 풀어낸 작품들이 출품됐다. 총 251편의 출품작 가운데 12편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윤보람 감독의 ‘저도 청소년입니다’가 차지했다. 애니메이션 형식의 이 작품은 두 학생이 한 독립영화관에 가면서 시작된다. 이들이 보려는 다큐멘터리는 학생이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학생증을 지참해야만 한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한 친구가 당황하자 옆에 있던 친구는 “그냥 축구나 하러 가자”고 한다. 이때 직원이 “잠깐!”이라고 외친다. 그리고 전환된 장면에서 두 사람은 영화관에서 재미있게 영화를 본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조례 덕분이다. 조례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이 시가 관리하는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다른 학생과 동등한 권리 및 편의를 보장하도록 돼 있다. 이 작품은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애니메이션 영상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을 받은 고혜린 감독의 ‘시선’.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시선’을 제작한 고혜린 감독(서울영상고)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의 전반부엔 간단한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아기 토끼가 엄마에게 혼이 나 울고 있다. 엄마 토끼는 “엄마가 참지 말고 누라고 했잖니”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기 토끼는 울면서 말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는걸요.” 그리고 장면이 바뀐다. 카메라는 한 모녀가 다정히 동화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비춘다. 애니메이션은 이들이 읽는 동화 속 내용이었다. 동화를 본 딸은 엄마에게 “엄마, 나도 누가 쳐다보면 어떡해?”라고 묻는다. 그러자 엄마는 “괜찮아, 우리에겐 서울시의회가 있잖아”라며 딸을 안아준다. 누구나 안전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불법 촬영 등을 금지하는 ‘공공화장실 등의 불법 촬영 예방’ 조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액자식 구성이 기발하고 완성도도 높아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정윤주 박지수 이지현 감독의 ‘층과 층 사이에 서울시’는 층간소음 문제를 다뤘다.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한 여성은 윗집으로 올라가 문에 포스트잇 메모를 붙인다. 처음엔 친절한 말투로 간청하듯 메모를 남긴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없고 소음은 반복된다. 그러자 여성은 글씨가 빼곡한 메모를 마지막으로 붙이고 자리를 떠난다. 층간소음 발생 시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조치 등을 담은 ‘공동주거시설 층간소음 관리’에 관한 조례였다.

김세희 감독도 ‘더 이상 점심시간이 눈치 보이지 않아요’란 작품으로 일반부 우수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급식비를 낼 돈이 없어 점심시간에 혼자 운동장에서 공부하는 척해야 하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런 상황은 모든 초·중·고교에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 조례가 생기면서 달라졌다. 이 학생도 친구들과 함께 급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한다. “빨리 가서 두 번 먹자”며 친구들과 신나게 달려가는 모습이 미소를 자아낸다.
이날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유튜브 채널과 화상회의 플랫폼 ‘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시상을 맡은 서울특별시의회의 김인호 의장, 김기덕·김광수 부의장, 김정태 운영위원장이 온라인으로 수상자를 발표했다. 한국경제신문의 김정호 사장,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도 함께 시상하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수상자와 가족 150여 명이 온라인 방송에 접속해 영광의 순간을 함께 즐겼다.

수상자들에게는 총 2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서울특별시의회 홍보대사이자 ‘해바라기’ ‘눈물잔’ 등을 부른 가수 박상민의 축하 무대가 온라인 시상식의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