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퓨쳐켐 “전립선암 진단 기술 미국 수출 논의 중...세계 최고 기술력 인정받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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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쳐켐 탐방퓨쳐켐은 방사성 의약품을 활용해 암·뇌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아두카누맙 승인 시 국내 진단 매출 급증
방사성 의약품은 방사성 동위원소와 펩타이드 등을 붙여 치료제나 진단용으로 사용하는 겁니다. 특정 암세포에 펩타이드가 가도록 설계를 한 뒤 혈액을 타고 다니다가 암세포에 붙어 방사선을 방출함으로써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입니다. 진단과 치료제의 작용 기전은 비슷합니다. 암세포에 붙어서 폭탄과 같이 강하게 폭발해 암세포를 죽이면 치료제로, 폭죽처럼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불꽃만 튀기면 진단용으로 쓰입니다. 진단을 위해선 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을 통해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출하는 방사선의 사진을 찍습니다.
방사성 의약품은 2011년 10월 5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의 공동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마지막에 받기로 했다고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습니다.
이 회사의 지대윤 대표는 서강대 화학과 교수 출신입니다. 세계 방사성의약품학회(ISRS) 의장을 지내는 등 관련 연구에 있어서 세계적인 석학입니다. 한국에서도 이와 관련한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방사성 의약품을 활용해 2008년 세계에서 첫 번째로 파킨슨병과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시약을 내놓았습니다. 첫 번째 제품은 1976년에 개발된 FDG입니다. 30년 만에 신제품이 나온 것이죠. FDG를 활용해 PET-CT를 통해 종양 등을 검사하는 겁니다. 방사성 의약품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 자체가 국내엔 거의 없습니다. 유일한 상장사죠.
지 대표는 암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치료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우선 의사들이 직접 수술을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다음은 항암제를 맞거나 먹는 방식, 그리고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대표적 표적 치료제는 갑상선암 치료제인 방사성요오드입니다. 국내에서만 연간 약 2만명의 환자가 방사성요오드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좀 더 세분화하면 방사성 의약품도 표적 치료제에 속합니다. 지 대표는 “방사성 의약품의 경우 내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약물 치료 과정에서 환자 고통이 크지 않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전립선암의 ‘베스트인 클래스’
이 회사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은 전립선암 치료제와 전립선암 진단 분야입니다. 암 치료제 FC-705는 현재 한국에선 임상 1상, 미국에선 내년 1분기 임상 1상에 들어갑니다. FC-705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루테튬177(lutetium177)과 PSMA 표적 펩타이드를 조합한 물질입니다. PSMA는 전립선암세포와 전이암세포에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입니다. 일종의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입니다. 바이오마커가 있으면 신약 개발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집니다. 다시 말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루테튬177을 PSMA 표적 펩타이드가 끌고가는 것입니다. 일종의 내비게이션입니다. 혈액을 통해 FC-705는 전립선까지 도달한 뒤 암세포에서 터집니다. 암세포와 결합해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정상세포를 거의 죽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같은 작용기전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하고 있는 PSMA-617과 비슷합니다.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죠. 약물 구성도 비슷합니다. 방사성 동위원소인 루테튬177과 PSMA 표적 펩타이드 조합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퓨쳐켐은 여기에 알부민이라는 단백질을 붙였습니다. 약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정상세포에서 터지는 등의 문제, 즉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붙였습니다. 지 대표는 “1995년에 발간된 논문에서 이 같은 아이디어를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지 대표는 이미 방사성 의약품과 관련해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을 200편 이상 냈습니다. 관련 연구자 중에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이렇게 전립선에 있는 암세포에 도달한 PSMA 표적 펩타이드는 세포 안으로 들어간 뒤 루테튬177이 암세포를 없애면서 임무를 마칩니다.
노바티스의 PSMA-617 단점이 있습니다. 침샘이나 눈물샘, 신장에 흡수되는 양이 많습니다. 정상세포가 파괴되는 것입니다.
지 대표는 “여러 번 투여해야 하는 치료제 특성상 신장이나 침샘, 눈물샘 등이 망가질 수 있다”며 “치명적인 부작용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중간에 새는 약물이 많다보니 투여량도 많습니다. PSMA-617은 한번에 200㎎를, FC-705는 50~100㎎ 정도만 맞으면 됩니다.
PSMA-617은 사실 노바티스가 나스닥 상장사인 엔도사이트란 방사성 의약품 회사를 인수해 권리를 넘겨받은 겁니다. 인수 당시 이 회사의 가치는 21억 달러(약 2조2000억원) 정도였습니다. 이 회사의 파이프라인은 PSMA-617 하나였습니다. 글로벌 2상 임상 단계였죠. 1상 마치고 1조원의 기업가치를 받았고, 2상을 마치고 2조원이 된 셈이죠.
퓨쳐켐은 이 회사보다 더 나은 후보물질을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현재 시가총액 200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 대표는 “노바티스가 개발 중인 전립선암 치료제보다 용량은 적고, 부작용 가능성은 낮다”며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이 기술이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라고 말합니다.
노바티스는 방사성 의약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2017년에도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서 독립한 방사성 의약품 전문기업 AAA을 인수했습니다. 39억 달러(약 4조원)에 인수를 했죠. AAA는 주력 사업인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를 이미 출시했습니다.
○기술이전 중인 진단 의약품
전립선암 진단 의약품 FC-303은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한국에선 이미 지난 8월 임상 3상 절차에 돌입했고, 지난달 3상 임상을 해도 좋다는 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았습니다. 미국에선 내년 2월에 임상 1상이 종료됩니다. 2022년 12월엔 미국에서 3상 절차가 모두 끝납니다. 이미 기술수출도 여러 건 됐습니다.
현재 전립선암을 진단하기 위해선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우선 혈액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에 걸렸는지 선별적으로 검사해야 합니다. 물론 정확도가 낮습니다.
이후 특이점이 보이면 조직검사를 합니다. 전립선 주변의 세포를 떼내는 것입니다. 고통이 따를 뿐아니라 전이 여부를 알기 어렵습니다.
이후엔 영상 진단도 진행합니다. 자기공명영상(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전이나 암의 크기를 판단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도가 높진 않습니다. FC-303은 PET-CT 촬영 직전에 정맥주사 형태로 넣습니다. FC-303이 암세포까지 가서 폭죽처럼 터진 상황에서 PET-CT를 찍으면 색깔이 다르게 나옵니다. 전립선암 조직과 전이가 된 세포를 정확하게 표시합니다.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PSMA 표적 펩타이드가 이들 암세포까지 약품을 잘 끌고가기 때문입니다.
방사성 의약품으로 전립선암 진단을 하는 회사는 퓨쳐켐을 비롯해 독일 ABX(유럽 임상 1상)와 미국 프로제넥스 (미국 3상), 노바티스(미국 2상) 등입니다. 퓨쳐켐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편입니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국과 유럽에 기술수출을 했습니다.
중국 기술수출 금액이 상당합니다. 계약 내용은 중국 HTA와 전립선암 진단 신약 후보물질 FC303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었죠. 경상기술료(로열티)를 포함한 전체 계약 규모는 37억8496만 위안(약 6560억원)이었습니다.
중국 국영 기업인 HTA는 중국 전역에 31개 생산시설을 둔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입니다.
퓨쳐켐은 FC303의 국내 임상 자료 및 의약품 제조 기술을 이전해 HTA와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이죠.
우선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 200만달러(약 24억원)을 우선 수령했습니다. 로열티는 상업화 후 1~3년까지 순매출의 12%를 받습니다. 4~15년차에는 16%를 수령합니다.
6500억원 규모는 중국 시장에서 예상되는 매출액 중 퓨쳐켐이 로열티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중국 HTA와 협의 후 계산을 했는데요. 이 제품이 팔리는 첫 해인 2026년부터 114억원의 로열티가 발생합니다. 2029년부터는 300억원 이상의 이익이 발생합니다.
시장조사기관인 모도 인텔리전스는 중국 전립선암 시장 규모가 2024년 13억8900만달러(1조 6474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기업과도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도 오가는 중이죠. 전체 규모로보면 중국보다는 클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합니다. 퓨쳐켐(2) 편에선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플랫폼 기술과 알츠하이머·파킨슨 진단 제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특히 업계에선 미국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이 승인이 된다면 진단제품을 갖고 있는 퓨쳐켐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