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임대료만…'세금 멈춤법'은 안되나요?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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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서 '임대료 멈춤법'을 내놨습니다. 건물주가 정부의 집합금지명령 업종 임차인에게 영업금지 기간 임대료를 받지 못하도록 하거나 절반 수준으로 받도록 한 법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영업금지 조치로 손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국가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예외는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재산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특정 기간에 집권한 정치 권력에 의해 헌법적 가치가 쉽게 침해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됩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니까요. 이런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데도 임대료 멈춤법에 대해서는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가족 중에 자영업 종사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왜 하필 임대료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고정비용은 임대료만 있는 게 아닙니다. 부가세, 종합소득세 등 세금뿐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과세를 멈추라거나 세금을 내리라는 주장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금을 일부 받지 않으면 방식도 간편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고, 재산권 침해 논란도 불거지지 않을 텐데요. 결국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책임과 성난 민심을 건물주에게 돌리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실책으로 악조건에 처한 민주당입니다. 임대료 멈춤법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편 가르기를 유도해 시선을 돌리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영업자가 온전히 임대료를 부담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날 "코로나 확산으로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집합금지와 제한 조치로 인해 임차인의 고통과 부담은 다소 크다"며 "공정한 임대료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건물주에게 임대료 부담을 전가시킬지 모릅니다. '공정'이라는 명분이지만 결국 국민끼리 손해를 보는 방식입니다.
임대료 멈춤법과 같은 정책이 취지를 달성할지도 의문입니다. 건물주가 집합금지 업종에 세를 주는 걸 꺼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업종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국가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예외는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재산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특정 기간에 집권한 정치 권력에 의해 헌법적 가치가 쉽게 침해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됩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니까요. 이런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데도 임대료 멈춤법에 대해서는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가족 중에 자영업 종사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왜 하필 임대료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고정비용은 임대료만 있는 게 아닙니다. 부가세, 종합소득세 등 세금뿐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준조세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과세를 멈추라거나 세금을 내리라는 주장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금을 일부 받지 않으면 방식도 간편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고, 재산권 침해 논란도 불거지지 않을 텐데요. 결국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책임과 성난 민심을 건물주에게 돌리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실책으로 악조건에 처한 민주당입니다. 임대료 멈춤법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편 가르기를 유도해 시선을 돌리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영업자가 온전히 임대료를 부담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날 "코로나 확산으로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집합금지와 제한 조치로 인해 임차인의 고통과 부담은 다소 크다"며 "공정한 임대료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건물주에게 임대료 부담을 전가시킬지 모릅니다. '공정'이라는 명분이지만 결국 국민끼리 손해를 보는 방식입니다.
임대료 멈춤법과 같은 정책이 취지를 달성할지도 의문입니다. 건물주가 집합금지 업종에 세를 주는 걸 꺼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업종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